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코로나19 국면에도 러시아에서 영향력 확대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방식은 과거 유가 하락으로 경기가 급속도로 식었을 때 과감한 생산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모습과 닮아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정 수석부회장이 과감한 뚝심경영으로 아버지와 같이 독립국가연합에서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5일 현대차 러시아 법인에 따르면 현대차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현대차 러시아 법인은 매주 보도자료를 통해 공장 운영방안을 알리고 있다.
3월 말부터 공장을 2주 동안 폐쇄했다가 4월13일 재개한 이후 매주 근무형식과 시간을 공지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평소 3교대, 24시간 가동체제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1교대로 단축해 생산량을 줄였다. 하루 생산량은 360대 규모다.
폴크스바겐이 5월부터 러시아공장 가동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현지공장 가동에 매우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공장 가동에 열을 올리는 것은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할 때 오히려 생산량을 유지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역발상’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미 러시아에서 역발상 전략을 써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진출을 본격화한 2012년만 해도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5.9%를 보여 라다와 쉐보레, 르노, 기아차에 이은 5위에 머물렀다.
유가 하락과 미국의 경제보복으로 러시아 경제가 침체됐던 2015년에 러시아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자 판매에서 타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러시아시장의 중요도를 고려해 계속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6년 8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이 회복됐을 때 우리 브랜드가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는 많은 완성차기업이 철수한 러시아시장에서 뚝심투자의 결실을 맺어 2015년 이후 1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결실을 맺었다.
러시아공장의 성공에 힘입어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연방 국가들에 자동차 수출을 확대하기도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러시아공장의 가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러한 아버지의 경영방식과 닮아있다고 자동차업계는 바라본다.
실제로 현대차는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러시아에서 비교적 판매를 잘 유지하고 있다.
유럽기업연합(AEB)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0년 1분기에 러시아에서 자동차를 모두 4만1576대 판매했다. 2019년 1분기보다 판매량이 0.4% 늘었다.
전체 판매가 1.8% 늘어난 것을 놓고 보면 다소 부진했다고 볼 수 있지만 러시아 현지 1위와 2위기업인 라다와 기아차의 판매량이 각각 3%, 2%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두그룹 가운데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2020년 1분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모두 5만7600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독립국가연합 지역으로 수출한 차만 5천 대 이상으로 2019년 1분기보다 수출량이 32% 급증했다.
카자흐스탄에 공급하는 차량 대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설명했다.
현대차는 2월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생산 200만 대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2011년 1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지 9년1개월 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