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5-0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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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명 클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가 표적항암제 신약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조 대표는 코미팜에 이어 두 번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코로나19에 수혜주로 부각된 가운데 조 대표는 신약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구조유전체학 기반의 신약 개발업체다. 구조유전체학이란 질환 표적단백질 구조를 규명하는 기반기술(SCP)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하는 기술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최근 국내에서 대표적 코로나19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사인 화일약품과 크리스탈생명과학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최근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와 함께 유력한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로 꼽혔다.
하지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미국 보훈병원에서 이뤄진 임상 과정에서 약을 복용한 환자의 사망률이 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렘데시비르도 낮은 효과와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어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조 대표는 표적항암신약 ‘아이발티노스타트(CG-745)’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이발티노스타트는 표적단백질인 HDAC의 기능을 저해하는 혁신신약으로 우수한 약효와 낮은 독성, 면역 균형 유도 등의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발티노스타트(CG-745)는 현재 췌장암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으며 올해 3월 임상2상을 마쳤다. 아이발티노스타트는 동물실험 등을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는데 조 대표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호중구를 포함한 혈액 속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증가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대량 생산되면서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과도한 면역작용으로 다른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이토카인의 대량 발생은 폐렴의 원인이기도 하며 그 자체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여러 전임상, 임상을 통해 많은 데이터와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특히 폐섬유증 동물모델을 통해 염증 사이토카인 생산 억제가 증명된 만큼 코로나19로 균형이 깨진 면역시스템을 정상으로 되돌려 효과적으로 사이토카인 폭풍을 예방, 치료하고 폐 기능을 정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투트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이발티노스타트의 단독임상 외에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병용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발티노스타트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를 동시에 투약했을 때 면역 균형을 유도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3월26일 코로나19 환자에 아이발티노스타트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병용투여하는 임상2상 시험계획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이미 코로나19 감염이 확진된 경증 또는 중등도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아이발티노스타트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최대 10일간 병용, 단독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크리스탈지노믹스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식약처의 임상허가가 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이끌고 있는 조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뒤 미국 휴스턴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를 취득해 LG화학 기술연구원 바이오텍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조 대표는 LG화학 연구진들을 주축으로 인체의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활용한 신약을 만들기 위해 2000년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세웠다. 크리스탈지노믹스 2006년 기술성 평가를 통해 코스닥에 특례상장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