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총리가 4·15 총선 이후 첫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 설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낙연 '친문'과 어떤 관계 맺을까, 원내대표 경선이 리트머스 시험지

이낙연 전 국무총리.


28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자가 정성호 의원, 김태년 의원, 전해철 의원으로 확정됐다.

민주당이 4·15 총선을 통해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된 만큼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향한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각 후보자들은 경선 후보자가 확정되기 전부터 이 전 총리를 향해 경쟁적으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총리가 4·15 총선을 거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데다 당내 영향력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총선기간에 직접 38명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이들 가운데 22명이 당선됐다.

호남지역에서 당선된 20여 명의 의원들에게도 이 전 총리의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호남지역 최다선이고 대표적 이낙연계 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27일 광주CBS ‘CBS매거진’에 출연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광주와 전남의 18명 당선자들이 더 뛰고 더 노력해야 한다”며 “마침 이낙연 전 총리께서 아주 유력한 대선주자인데 그 분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저희들도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원내대표 후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덕담 정도만 나누는 등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의 당대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상황에서 세 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지지하면 두 명을 적으로 돌리게 돼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 전 총리가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우호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에는 내일이 없는 만큼 이 전 총리가 '코로나 정국'에서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당대표라는 지위를 지니고 코로나19 방역 마무리, 경제위기 극복 등 국가적 위기 극복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대표와 대선후보를 분리하는 당헌상 이 전 대표가 7개월짜리 시한부 당대표가 될 것임에도 도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이유도 대선주자로서 정치적 존재감 유지다.

‘총리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이 전 총리가 대선까지 남은 2년 동안 유력 대선주자로서 지위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 총리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문' 후보로 여겨지는 전해철 의원을 도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문에게도 유력한 대선주자 이 전 총리와 협력은 정권 재창출 측면에서 긍정적 선택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4·15총선 이틀 뒤인 17일 이 전 총리와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만찬 자리에서 일부 청와대 참모 등은 이 전 총리에게 당대표 도전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총리도 17일 종로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이번 선거의 최대 공적은 뭐니뭐니해도 문재인 대통령께 드려야 옳다”며 선거 승리의 공을 문 대통령에 돌리는 등 문 대통령과 친문을 향해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