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호반건설이 기업공개를 위한 주관사단의 실사작업을 중단하면서 올해 목표로 했던 유가증권시장 입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호반건설은 ‘코로나19에 따른 증권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업공개 작업을 잠정보류했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투자심리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도 현재로선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반기 실사작업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예비심사 청구 뒤 승인 심사에만 일반적으로 2~4개월이 걸리는 데다 그 뒤 증권신고서 작성, 수요예측 등 거쳐야 할 과정도 남아 있다.
김상열 회장에게 호반건설 기업공개는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대기업 못지않은 시공능력과 자금력을 갖췄지만 아파트 브랜드 ‘호반써밋’, ‘호반베르디움’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대형건설사의 전유물로 통하는 서울 강남권 랜드마크 단지 확보도 번번이 실패했다.
올해 4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는 ‘역마진’을 감수한 파격적 조건을 내세워 도전했지만 삼성물산 ‘래미안’의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다.
김 회장은 2017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면서 국내 주택사업의 브랜드 측면에서 한계 극복과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하지만 2018년 초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로 인수가 불발된 뒤 기업공개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호반건설이 기업공개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는 것은 김 회장 개인으로서도 중요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호반건설의 예상 기업가치를 최대 3조~4조 원, 공모규모 1조 원으로 바라봤다. 호반건설은 4월 기준 김 회장의 첫째아들인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이 지분 5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92.8%에 이르는 만큼 상장을 통해 볼 수혜도 크다.
만약 지분의 일부를 구주매출로 현금화하면 김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한 채 쥐게 되는 현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2018년 말 호반건설과 호반을 합병하면서 외형을 키우는 등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실제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18년 16위에서 2019년 10위로 오르는 등 합병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호반건설은 애초 2019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합병 전 호반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등 문제로 미뤄졌다.
김 회장은 올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삼고 준비작업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 전문가인 최승남 호반그룹 총괄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체제도 강화했지만 코로나19로 증권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기업공개 절차를 중단하게 됐다.
김 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신중한 경영 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만큼 호반건설이 불리한 여건에서 섣불리 일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2년 연속 3천억 원대 수준의 순이익을 내고 있고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6%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등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향후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사업에서 호반건설이 지금까지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변수로 꼽힌다. 올해 7월 발표되는 시공능력평가에서 10대 건설사 지위를 유지할지도 건설업계의 관심사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건설업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신규 주택공급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등 올해도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며 “코로나19로 증권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