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단이 한진중공업 매각을 추진하는 데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도 5월 대선조선 매각 입찰공고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그러나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을 놓고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코로나19 등 대외환경도 좋지 않은 탓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올해 안 매각을 목표로 한진중공업 매각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중공업의 국내 채권단은 산업은행(지분율 16.14%), 우리은행(10.84%), NH농협은행(10.14%), 하나은행(8.9%), KB국민은행(7.09%), 수출입은행(6.86%) 등이다.
대선조선 지분은 수출입은행이 83.03%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책은행 아래 있는 중형 조선사들의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대형 조선사들이 빅2 체제로 전환되는 데다 중형조선사 4곳의 경영권을 모두 국책은행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5대 중형 조선사(한진중공업·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대한조선·대선조선) 가운데 매각이 마무리된 성동조선해양을 제외한 4곳의 경영권은 모두 국책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한조선을,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을 각각 맡고 있다.
그러나 조선사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실질적 시너지를 놓고 의문이 나오는 데다 현실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각각 매각하는 게 낫다고 산업은행 등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해외 주주가 지분을 13%가량 들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경영지표가 개선된 점 역시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대선조선은 2017년 영업손실 279억 원을 냈으나 2018년 영업이익 41억 원, 2019년 영업이익 11억 원을 냈다. 한진중공업도 지난해 영업이익 770억 원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매각 성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올해 조선업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수주 자체가 줄고 있고 주요 선종의 선가 역시 하락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조선부문과 건설부문의 격차가 큰 점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문은 순항하고 있지만 조선부문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조선부문에서는 영업적자 182억 원을 봤다.
두 부문이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격차가 커 분리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채권단은 일단 한 번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를 살 마땅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마무리하지 못했고 다른 조선사 역시 당장 ‘제 코가 석자’다.
일각에서 한진중공업이 예상보다 빨리,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매물로 나오는 이유를 놓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안에 매각을 마무리하고 싶어하기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