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이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사고 싶지도 않은 물건을 사지도 못하게 해 놓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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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
박 회장은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의 밑천이라도 건지려면 살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완화해 우리은행을 사려는 주체 여러 곳이 모여 흥행이 되게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교보생명처럼 사모펀드가 우리은행의 지배적 지분을 사려는 것도 안된다고 하고, 연금이나 기금도 안된다, 외국은행도 안된다, 재벌도 안된다고 하면 살 사람이 없다"며 "10~15%씩 쪼개서 판다고 해도 15%씩 살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그는 "주가도,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은행은 매력적 투자처가 아니다"라며 "비금융주력자라는 애매한 용어로 투자자들을 제한하면 안되고 차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30대 그룹은 은행 투자하지 말라는 식으로 명확한 법을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우리은행을 살 뜻이 없는 금융지주사들에게 정부가 나서 인수하라고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사고 싶지 않다는데 팔목을 비틀어 사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그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이라도 우리은행의 값을 올리려면 살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사려는 사람이 많이 나오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CIC, 싱가포르 테마섹,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전 세계에서 지위가 확립돼 있는 거대 금융투자자들에 대해서 금융주력자인지 비금융주력자인지 묻지 않고 팔겠다고 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비금융주력자는 비금융회사 자본이 2조원을 넘거나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인 경우인 회사를 말하며 이런 회사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는 싱가포르의 테마섹 홀딩스가 하나은행 지분취득 승인을 신청했을 때 비금융주력자라는 이유로 4%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게 한 적이 있다.
박 회장은 또 금융권 사고로 CEO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케이스마다 다 다르겠지만 누구한테 어떤 식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모든 일에 대해 수장한테 일일이 책임을 묻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이 있을 때마다 조직의 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안된다"면서도 "같은 사고가 반복될 경우 사고에 대한 시스템 구축을 안해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최근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회장은 "A라는 처분을 내렸으면 그걸로 끝나면 되는 것이지 A처분을 내리고 B를 기대했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리는 법은 법대로, 제도는 제도대로 만들어 놓고 실제로 따로 돌아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의 이런 발언은 금감원이 김 행장에 대해 '문책 경고'를 내린 뒤 김 행장이 남은 임기를 마치겠다고 하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