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김 회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 효율성 지표인 총영업이익 경비율(CIR)을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체질 개선 차원에서 위험가중자산 이익률(RORWA) 방식의 자산·부채 재조정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위험가중자산 이익률은 기존 총자산 순이익률(ROA)에서 리스크비용을 반영해 산출한 지표다. 자산규모 외에도 리스크 수준을 한눈에 파악하며 수익성 증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21일 비상경영회의에서 “리스크 기반 경영관리와 효율적 비용집행을 통해 건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힘든 만큼 계열사별 장단기 비상계획을 강화해 건전성과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NH저축은행과 NH캐피탈 등 여신 전문 자회사들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캐피털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고 저축은행업계의 자금난이 우려되는 등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회장후보자 심층면접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신 전문 자회사들의 리스크 점검 추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털사는 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자본시장이 경직되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시장의 취약부분으로 여겨져 채권시장 안정펀드의 우선매입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보다 낮은 금리 등 좋은 조건으로 매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부분 캐피털사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매입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NH캐피탈은 자체적으로 17일 1년3개월과 1년4개월 만기의 회사채 300억 원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매입한 메리츠캐피탈의 3년 만기의 채권보다 만기가 짧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자금난이 우려된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로그램 12조 원을 16조4천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3월19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5%대 초저금리 대출규모를 기존 2조2500억 원에서 12조 원으로 5배나 늘린 뒤 한 달여 만에 규모를 더 확대한 것이다.
초저금리 대출상품이 전례 없이 큰 규모로 풀리다보니 기존에 저축은행이나 신협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하던 소상공인까지 초저금리 대출로 몰리고 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NH농협금융그룹의 건전성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은 '위기 상황 점검회의’를 운영하며 모두 33개의 중점 점검항목을 선정하고 주요 이슈별 모니터링을 실시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제시한 경기 악화 시나리오별 가이드라인에 맞춰 모든 금융계열사가 종합대책을 수립해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은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2018년 0.91%에서 2019년 0.63%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낮을수록 보유하고 있는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은 2018년 7355억 원에서 지난해 3582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대출 부실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NH농협금융그룹의 신용리스크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 원을 넘는다. 이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각각 105조6천억 원, 33조1천억 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비롯해 보증, 유가증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신용리스크 익스포저는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 하락, 채무 불이행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위험에 노출된 금액을 뜻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