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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임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민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이 은행들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을 놓고는 위증 논란까지 낳고 있다.
한때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정부의 입김이 센 금융권에서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에게 집단적으로 반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융위는 최근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확대 개편하자는 은행연합회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당초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 등 8개 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 1조 원, 대출 2조원 등 모두 3조 원을 투입해 11월까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설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임 위원장은 이를 수용했다.
겉으로 은행권의 건의를 금융위가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임 위원장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체면을 구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 위원장이 뜻을 바꾼 것도 상당히 전격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처음부터 유암코 확대개편 방안도 고려했는데 유암코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신설방안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때까지만 해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통해 안정적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9월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조만간 설립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때문에 기존 구조조정 방식의 한계를 타파하겠다며 기관 신설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임 위원장의 정책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임 위원장이 처음부터 은행권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동안 일관되게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해 온 만큼 이번 ‘번복’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은행권 일각에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신설을 서두르던 금융당국이 제반 문제를 인식하고 마땅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다가 아예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졌으니 대안으로 유암코 확대개편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과 관련해 임 위원장은 ‘은행연합회 산하 별도 기관’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비용을 부담해야 할 은행권은 “명목만 은행연합회 산하일 뿐 금융위원회 하부기관이 될 것”이라며 ‘은행연합회 내부조직’으로 설치하자며 맞서고 있다.
‘집중된 개인신용정부를 정부가 악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빅브라더’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임 위원장은 더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임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을 주도하는 통합추진위원회 (통추위)구성에 금융위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언해 위증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연합회의 반대에도 게속 추진하는 금융위에 빅브라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앞서 금융위가 주관해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신설하면 권력화와 관치금융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통추위 구성에 금융위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통추위원 6명 가운데 2명을 금융위가 추천했고 한 명이 위원장이며 사무국장도 금감원 국장인데 금융위가 주도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투명성과 일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금융당국의 수장이 정책번복과 국감 위증 논란 등으로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임 위원장의 일관성 있는 태도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