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제값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숲공원 개발계획에 이어 종로구 당선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이 송현동 부지에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한항공 서울 송현동 빈터 제값받기 어려워, 이낙연 "문화공간" 공약

▲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연합뉴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올해 매각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던 송현동 부지를 놓고 정치권과 정부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낙연 위원장은 종로구 총선공약으로 송현동 부지를 문화재 보존 검토 대상이자 학교 밀접지역임을 감안해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에 옛 소나무 숲을 복원하고 민속박물관 등을 짓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팔겠다고 내놓은 이 땅을 매입해 ‘숲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과 큰 틀에서 같은 방안이다.

이 땅은 기존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600년 한양도읍의 문화적 결을 살리기 위해 공원이나 박물관을 조성해 공적 용도로 활용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곳인데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매각절차를 밟으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과거에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토론회를 통해 숲·문화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종로구 지역구 의원이었던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 땅을 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땅 주인인 대항항공으로선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곤혹스럽게 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경쟁을 붙여 제값을 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하려했지만 공적 용도로 매각하게 되면 가격이 크게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송현동 부지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3만6642㎡ 규모의 금싸라기 땅인 만큼 그 가치를 5천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유재산법이나 토지수용법에 따른 감정평가가 주로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값이 매겨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격은 크게 낮아진다. 지난해 말 공시지가 기준으로 송현동 부지의 가격은 31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송현동 부지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때부터 관광호텔을 개발하려 했지만 서울시 및 문화재위원회 등 각종의 인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좌절됐던 곳이다.

고도지구에 있기 때문에 건축물 높이는 16m 이하로 제한돼 3층 이하의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만 세울 수 있다.

인근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가 있기 때문에 학교보건법 등의 제약을 받고 있으며 제1종 일반주거지역(건폐율 60% 이하, 용적률은 150% 미만)이자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하려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문화재위원회 심의도 거쳐야한다.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사들인 뒤 10년 넘게 공터로 방치된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뿐 아니라 송현동 부지와 관련된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와 차기 대권후보로 꼽히는 이낙연 위원장 등이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개발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상황에서 유효 경쟁도 이뤄지기 어렵다.

대한항공이 경쟁입찰을 붙여 서울시가 아닌 제 3자에게 송현동 부지를 팔더라도 개발 관련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새 땅주인 역시 이곳을 그대로 공터로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송현동 부지에 다수의 자산운용사 및 부동산 시행사 등이 관심을 두고 있으면서도 선뜻 매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가 이미 공적 용도의 땅인 것처럼 총선 공약 등에 오르내린 데다 사실상 인허가권을 손에 쥔 서울시가 개발계획에 선을 그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