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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에게 무엇을 배웠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9-18 16: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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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에게 무엇을 배웠나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9월5일 경기도 오산 뷰티사업장에서 개최된 아모레퍼시픽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싫든 좋든 길항관계다. 유교적 전통 아래서 부자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며 서양문화에서 ‘아버지 살해’는 통설로 받아들여진다.

아들은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거목일수록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대개 아들들은 둘 중 하나다. 포기하거나 닮아가는 것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피그룹 회장은 후자에 가깝다. 서 회장은 부친인 서성환 창업주를 닮으려 한다. 그것이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이라고 보는 것같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70돌 생일을 맞았다. 국내 기업연령 평균이 22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과소평가할 수 없는 업력이다. 아모레퍼시피그룹 70년의 절반은 1세대인 서성환 창업주의, 절반은 2세대인 서경배 회장의 공이다.

서 회장이 최근 서성환 창업주의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알에이치코리아)를 펴냈다. 창립 70주년 기념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된 것이다.

이 책은 서성환 창업주가 밑바닥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을 일궈내기까지 역정을 담은 평전이기도 하지만 서경배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기도 하다.

서 회장은 이 책에서 부친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장원 서성환 회장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분의 삶에서 행복을 떠올린다. 어머니의 깊은 지혜를 헤아려 개성에서 서울까지 부지런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소중한 믿음으로 아낌없이 자신의 마음을 나누었다. 물건을 파는 일은 진심을 파는 일이요, 마음을 사는 일이라 굳게 믿었던 큰 사람이다.”

서 회장은 서성환 창업주와 변금주씨와 사이에서 2남4녀 가운데 둘째다. 서 회장이 회사경영에 참여한 것은 1987년부터다.

서 회장이 아버지의 인정을 처음부터 받았던 것은 아니다. 당시 후계구도의 중심은 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에게 쏠려있었다.

서 회장은 태평양화학 과장으로 입사해 1992년 태평양제약의 경영난을 해결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그뒤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태평양증권·태평양패션·태평양돌핀스야구단·여자농구단 등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에게 무엇을 배웠나  
▲ 서성환 창업주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 표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수위를 다툴 정도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사실상 이 때부터다.

서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한 우물을 판다’는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 서 창업주의 호가 '장원'인 것도 화장품사업의 본령을 지키겠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서 창업주는 생전에 “무한경쟁 시대에는 한 우물을 파야 한다. 최초·최고의 상품만이 살아 남는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 재벌기업들의 역사가 그렇듯이 건설과 금융 등으로 사업영토를 확장하다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서 회장은 부친의 뜻을 받든 덕분에 화장품업계의 국가대표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1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데 미와 건강과 관련된 기업들이 전부다. 과거 25개 계열사에서 대폭 축소된 것이지만 위상은 오히려 높아졌다.

서 회장이 화장품 관련이 아닌 ‘한눈을 파는’ 사업이 딱 하나 있다. 녹차를 직접 재배해 차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녹차 브랜드 ‘오설록’ 사업이 그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가운데 오설록은 실적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매출 156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182억 원보다 줄어들었다.

서 회장은 그런데도 녹차 사업에 만큼은 강한 애정을 보인다. 부친 서성환 창업주의 녹차사랑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서 창업주는 1979년 제주도에 1만 평이 넘는 차밭을 일궈 차를 대중화하는 꿈을 품고 있었다. 서 회장은 2001년 제주 서광다원에 녹차박물관 ‘오설록 티 뮤지엄’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서 회장은 “부친이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서성환 선대 회장님을 가장 존경한다”며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선대 회장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문해보곤 한다”고 말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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