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제12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다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의 군불을 때고 있다.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이 2분기에 1조 원대의 적자를 낸 점을 계기로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하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박 사장의 발언이 합병 재추진을 위한 분위기 조성인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박대영 사장은 15일 조선해양의날 행사 이후 기자와 만나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은 엔지니어링 능력이 필요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제조 능력이 필요”하다며 “합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 회사가 되길 바라지만 지금 당장은 서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월 합병을 결정하고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두 회사는 삼성중공업의 시공역량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역량이 결합해 합병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플랜트 기업이라 해양플랜트쪽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해양플랜트 엔지니어 육성에 3~5년이 걸리지만 육상플랜트 엔지니어를 해양엔지니어로 전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이면 된다”고 반박했다.
합병이 무산된 뒤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두 회사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1년 만에 박 사장이 또 다시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삼성중공업의 절박함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1조5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해양플랜트 부실이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초 해양플랜트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반영했는데 적자를 반복했다.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을 사실상 위탁경영하기로 하면서 상선부문 역량을 강화하고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노사갈등에 대한 우려도 해소했다.
그러나 적자가 해양플랜트에서 나온만큼 해양플랜트 분야의 구조조정이 없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삼성중공업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은 60%가 넘는다. 이 때문에 당장 해양플랜트를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수주목표를 달성하려면 상선 수주만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매출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해양플랜트를 저가수주할 경우 또 다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설계변경으로 공기가 지연되고 공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이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이 이뤄지면 설계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고 설계역량의 확보는 공사비용 절감뿐 아니라 수주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박 사장은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해 의지를 보였다. 박 사장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해양플랜트”라며 “축소할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그룹 구조개편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에 따라 건설부문에 대한 재편이 필요한 만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고 이곳에서 건설부문을 떼내 삼성물산에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대영 사장은 “건설부문은 주력도 아니고 작은 규모”라며 “삼성물산이 받아준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16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 이후 “시장에서 환영할 때 다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두 회사의 주가도 이날 크게 움직였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일 대비 11.25% 오른 1만3350원,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8.6% 오른 3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