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경영실적 효자로 꼽는 드릴십마저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실적개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대영 시름, 삼성중공업의 효자 드릴십 인도 늦춰져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드릴십 한 척의 인도시기를 예정보다 1년반 늦춘 2017년 6월로 연기했다. 이 드릴십은 예정 인도 시기가 석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발주처가 인도지연을 요청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로써 올해에만 6척의 드릴십 인도를 연기했다. 현재 건조 중인 7척의 드릴십 가운데 86%에 해당한다.

삼성중공업에 2분기에 해양플랜트에서 설계변경과 공정지연 등으로 1조5천억 원대의 적자를 봤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중에서도 드릴십(심해용 이동식 시추선)만큼은 삼성중공업에 고수익을 안기는 효자로 꼽혔다. 삼성중공업은 1998년부터 드릴십을 건조해 많은 노하우를 쌓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저유가가 길어지면서 이미 수주한 드릴십 인도마저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석유회사들의 석유시추 수요가 줄어들면서 선주사들이 기존에 발주한 드릴십을 인도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드릴십의 경우 인도할 때 선박 가격의 60~7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을 완전히 인도하기 전까지는 일부밖에 수익을 얻지 못한다. 드릴십 인도지연이 삼성중공업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1척당 3천억에서 4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 공백도 떠안게 된다. 인도지연으로 발생하는 금융•관리 비용을 전부 선주사가 부담한다고 해도 이미 선박 건조를 위한 인건비나 재료비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박대영 사장은 조선 3사의 수장들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사장이 이른 시일 안에 경영실적을 개선하지 못하면 2분기에 낸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7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점검회의'에서 “해양플랜트 추가부실 보다 수주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이 저유가 국면으로 삼성중공업의 실적 개선이 더 어려워지는 것에 대한 고민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