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조종사들의 이직이 늘어나면서 조종사 조직 내부의 사기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당연시하고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만성적인 조종사 부족에 시달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직률이 더욱 높아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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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14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 따르면 9월 들어 2명의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나며 사직인사를 남겼다. 모두 대한항공에 입사한 지 20년이 된 베테랑 조종사다.
선배 조종사들이 이직하면서 후배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퇴직 조종사들은 이직 후에도 여러 정보를 올리며 이직을 권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도 먼저 이직한 조종사들이 외국 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LCC)의 계약조건을 설명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조종사들의 이직이 많아지면서 조종사들 내부에서도 회사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성식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7일 ‘조합원 여러분께 올리는 글’을 통해 “노조 간부들도 이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며 “조합 간부의 임기 중 이직은 위원장으로서 조합원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심적으로 혼란스럽다는 우려와 걱정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며 “최근 회사도 조종사 이직에 대해 새로운 방향에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 새 노동조합은 8월 “조종사들의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났다”며 “조종사의 이직사태는 회사의 무책임한 인사경영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에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42명의 한국인 조종사가 회사를 떠났다. 2013년 26명, 2014년 27명에서 올해 들어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가 2013년 24명, 2014년 31명, 올해 1∼7월 2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조종사들의 연이은 이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과 조종사 노동조합 집행부가 7월 조종사 이직현상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조종사들이 안전문제를 지적하는 등 안전운항에 대한 우려가 잇달아 나오자 조종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안전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조종사의 이직이 늘어나는 이유는 최근 저비용항공사와 외국 항공사 등 조종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의 항공사들은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환경, 자녀의 교육문제 해결 등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며 한국인 조종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