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신뢰회복, 조직안정, 영업문화 혁신.'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경영방침으로 제시한 3가지 키워드다.
권 행장은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으로 영업점과 소통을 강화할 은행장 직속부서를 신설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고객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은행장 직속부서인 미래금융디자인부가 이날 인원 배치를 마치고 업무를 시작했다.
권 행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든 미래금융디자인부에 핵심인력을 배치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금융디자인부는 공감신뢰팀, 혁신추진팀 등 2개 팀에 개인자산관리(PB)와 기업금융(IB)을 결합한 ‘PIB’ 사업모델을 추진할 태스크포스로 구성됐다.
권 행장은 공감신뢰팀이 영업현장에서 모아온 고객과 직원 의견을 토대로 혁신추진팀이 우리은행의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서에 별도로 태스크포스를 마련한 것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위축된 개인자산관리 분야를 대신해 권 행장이 개인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결합한 사업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행장이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의 원인을 본점과 영업점 사이의 소통 부재에서 찾고 재발 방지와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꿴 것으로 볼 수 있다.
권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냉철한 반성으로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철저히 원점에서 점검하고 개선해 항상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는 근본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파생결합펀드 자율배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점도 권 행장의 취임 초기 행보를 가볍게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파생결합펀드 자율배상은 90% 넘게 진행됐다. 파생결합펀드 배상 대상인 고객 661명 가운데 600여 명에게 배상금 지급까지 마친 것이다.
1월17일부터 자율배상이 시작됐기 때문에 3개월이 되지 않는 기간에 대부분의 배상이 이뤄진 셈이다.
우리은행 본점의 한 직원은 “배상 대상 고객을 여러 번 만나고 의견을 충분히 듣는 등 신뢰관계를 토대로 배상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배상 대상 고객들이 귀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율배상 절차가 완료 수준에 이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권 행장으로서는 파생결합펀드 피해 수습을 마치고 추락한 우리은행 고객 신뢰도와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권 행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각종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회적 책임에 앞장는 것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는 물론 우리은행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다만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 손실사태의 불완전판매 문제에서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만큼 권 행장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0일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장조사와 법률자문 등에 걸리는 시간을 살피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첫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7월경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