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좌진 롯데카드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과거 현대카드에서 보여준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을 떠나게 돼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고 수익성을 개선해 독립적 사업 기반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 사장은 현대카드에서 M카드 등 주력상품 출시와 브랜드 마케팅을 초반부터 주도해 성공으로 이끌었던 만큼 롯데카드의 상품과 마케팅 전략에도 이런 성과를 재현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조 사장은 현대카드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과 카드업 분야 경영역량을 인정받아 롯데카드의 도약을 이끌 적임자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3월30일 롯데카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창권 전 롯데카드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에 계속 참여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은 대표이사인 조 사장이 맡게 된다.
김 부회장이 부동산금융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것과 달리 조 사장은 카드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만큼 롯데카드 주주와 이사회가 조 사장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롯데그룹에서 분리돼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됐는데 2019년 순이익이 2018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571억 원으로 줄어드는 등 고전하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직원 위로금 등 일회성비용이 반영된 영향이 컸지만 카드수수료 인하와 경기침체 등으로 카드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퍼지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카드는 경영권 매각 뒤에도 '롯데' 상표권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지만 롯데그룹 및 계열사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워진 만큼 자체사업 역량과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롯데카드가 실적 회복과 독립적 사업 기반 구축을 모두 이뤄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조 사장이 구원투수로 오른 셈이다.
조 사장은 과거 현대카드에서 상품 설계와 브랜드 마케팅의 초반 기틀을 닦아 성공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롯데카드의 홀로서기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롯데카드는 현재 놓인 상황이 과거 현대카드 출범 초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조 사장은 현대캐피탈이 현대카드를 설립한 직후인 2002년에 영입돼 마케팅총괄본부장을 맡으며 현대카드의 카드상품 및 브랜드 홍보전략의 기본 틀을 구축하고 단기간에 성공을 이끌었다.
현대카드가 조 사장 주도로 도입한 M카드 등 알파벳을 활용해 상품을 구분하고 고객 맞춤형 마케팅과 홍보에 집중한 카드상품은 지금까지도 현대카드 주력상품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현대카드는 M카드를 출시할 당시 신용카드 특정 상품을 브랜드화하는 새로운 시도, TV광고에 홍보문구 대신 M카드 브랜드만을 강조하는 홍보 방식, 과감한 광고비 집행 등으로 변화를 꾀했다.
2002년 1~2%에 머물던 현대카드 시장점유율이 2007년 13%까지 급등한 뒤 현재까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조 사장이 초반에 확실하게 현대카드 브랜드를 안착한 성과로 평가된다.
조 사장이 이런 '신화'를 롯데카드에서 재현하기 위해 카드상품 설계와 홍보 방식, 브랜드 마케팅 등에 큰 폭의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매각이 마무리된 뒤 수익성 중심의 사업체질 개선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진출 등을 검토하며 꾸준히 변화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창권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올해는 안정적 성장구조를 확립하고 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변화와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며 롯데카드에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1967년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에서 일하다 35세의 나이에 현대카드 상무로 영입됐다.
현대카드 마케팅총괄본부장과 금융마케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과 현대캐피탈 미국 법인 대표를 지낸 뒤 경영컨설팅업체 제임스조매니지먼트 대표를 맡다 롯데카드 사장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