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원가구조를 혁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차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 5년 동안 100조 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30일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을 보면 현대차가 중장기 미래계획인 ‘2025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과제로 설정한 원가 절감과 관련한 전략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최근 ‘북미 비용 최적화위원회(North American Cost Optimization Committee)’를 만들었다. 북미 지역의 모든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북미 비용 최적화위원회에는 현대차 미국 생산법인과 판매법인, 제네시스 미국 법인, 현대차 캐나다 법인과 멕시코 법인, 현대차 미국기술센터뿐 아니라 현대모비스 미국 법인, 현대글로비스 미국 법인 등도 참여하고 있다.
계열사까지 이 위원회에 참여했다는 것은 사실상 그룹 차원에서 북미사업의 비용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관련해 인사도 실시했다.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미국 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던 어윈 라파엘에게 ‘최고원가최적화책임자(CCOO)’라는 직책을 맡기며 북미 비용 최적화위원회를 이끌게 했다.
라파엘 최고원가최적화책임자는 제네시스 미국 법인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기 이전에 미국 서부 12개 주에 위치한 165개 이상의 대리점 영업을 감독하는 총괄 매니저를 역임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토요타 등에서 일한 기간을 포함해 자동차업계에서만 30년 가까이 경험을 쌓았다.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비용 최적화를 통해 미래 투자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사업 전반에 걸쳐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핵심 과제로 ‘근본적 원가 혁신활동 추진’을 내걸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가장 먼저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해 더욱 근본적 원가 혁신활동을 추진할 것”이라며 “완성차사업은 권역별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체제를 확립하고 본사는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그룹 계열사의 역량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그룹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혁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100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는 점에서 원가 절감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 수석부회장의 원가구조 혁신 의지는 현대차의 미래 전략에도 이미 상세하게 반영돼 있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12월 경영설명회에서 ‘2025년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 8%’를 재무목표라고 밝히며 원가절감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원가절감 추진위원회는 △플랫폼과 부품의 공용화 △권역별 원가최적화 △생산성 향상 △전동화 △판매비용 △품질비용 △제네시스 △사업 비효율 개선 등 모두 8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가 원가절감 추진위원회를 통해 확보하기로 한 재원은 5년 동안 모두 34조5천억 원이다.
현대차는 수익성 향상을 위한 다른 노력들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사전계약에 들어간 7세대 아반떼의 판매가격을 보면 최하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의 판매가격이 기존 모델보다 10%가량 올랐다.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대거 기본화하면서 가격 인상률을 높여 잡은 것인데 주력 차종의 최저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