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 외형확대 불구 새지평 못열어  
▲ 허창수 회장이 2011년 열린 수출투자고용확대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허창수 회장이 이끈 10년 동안 GS그룹은 외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GS그룹은 재계 순위 8위를 차지하고 있다. 80개 계열사에 자산 규모가 58조에 이른다. 하지만 출범 초부터 숙제로 안고 있던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 개편과 성장동력 찾기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에너지-건설-유통’ 이끄는 대그룹 탄생


“그룹 출범 초기 에너지와 유통 중심의 서비스 전문 회사로서 위상을 다지면서 독자경영의 틀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허 회장은 2005년 2월 GS그룹 출범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에너지와 유통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이 분야를 이끄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GS그룹은 2005년 3월31일 공식 출범했다. GS홀딩스를 지주회사로 LG그룹에서 정유, 유통, 건설 부문이 떨어져 나왔다. 출범 10년째를 맞는 지금 GS그룹의 자산 규모는 58조1천억 원으로 3배 늘어났고 계열사는 80개에 이른다. 출범 당시 자산 규모 18조7천억 원에 계열사가 13개였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당시 허 회장의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했다.


‘정유-건설-유통’이라는 내수 소비재 위주의 주력사업군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진출과 신사업 진출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GS그룹은 내수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안정성은 높지만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GS그룹은 우선 경영이념과 비전수립에 박차를 가했다. LG칼텍스정유는 회사 이름을 GS칼텍스로, LG홈쇼핑과 LG유통은 각각 GS홈쇼핑과 GS리테일로 이름을 바꿨다. LG건설도 GS건설로 바꿨다.


그룹의 CI(회사이미지)를 새로 만드는 데만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 새로 출발하는 GS그룹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그만큼 중요했다. 이미지가 매출과 직결되는 내수 소비재업종을 위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허 회장은 출범한 2005년 괄목할 만한 외연확대를 이뤄냈다.

허 회장은 그룹 출범 직후인 2005년 국내 최초의 민간발전회사인 LG에너지를 인수해 회사명을 GS EPS로 바꿨다. 에너지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GS그룹은 출범 1년 만에 자산 21조8천억 원을 기록하며 대표적 에너지기업이 됐다.


내수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됐다. 2005년 GS칼텍스는 수출을 늘렸다. 1년 후 전체 매출 비중에서 수출이 48%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바꿔 냈다. 2006년 중국 청도에 주유소 1호점을 세우는 등 중국진출에도 나섰다.


출범한 해 GS리테일은 코오롱마트를 인수하며 내수시장 침체 속에서도 1위 입지를 구축했고, GS홈쇼핑도 사상최대 실적을 실현했다. GS건설 역시 업계1위에 올랐다.


다만 GS그룹에서 GS칼텍스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은 여전한 고민거리로 남았다. 2005년 그룹 전체 매출액의 59%가 GS칼텍스 몫이었다. 정유사업이 타격을 입을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지적됐다.


◆ 사업다각화 과제, 신사업 발굴과 신시장 개척 시도


“창립 1주년을 계기로 기존 주력사업을 뛰어넘어 신사업 발굴과 신시장 개척에 역점을 두겠다.”


허 회장은 GS그룹 출범 직후부터 “어떤 기업이라도 인수 가능한 실탄은 준비 돼 있다”며 인수합병에 대해 적극적 의사를 밝혔다. 정유 및 내수산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필요성이 출범 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 회장이 추진했던 인수합병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허 회장 특유의 신중함이 걸림돌이었다. 대한통운, 하이마트, 오일뱅크, 대우조선해양, 웅진코웨이 등 대형 인수합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07년 유통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GS그룹은 인수금액으로 2조 원 이상을 써 내 유진그룹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이마트는 유진그룹 차지가 됐다.


당시 재계에서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은 높은 인수금액으로만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인수합병 사례였다”는 말이 돌았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의 현 경영진이 경영을 계속해 달라는 것을 조건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하다가 10월 중도포기를 선언했다. 같은 해 4월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맺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마지막 순간 발을 뺐다.

허 회장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며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경기불황으로 해운업 경기가 흔들리자 허 회장이 신중하게 상황을 파악해 위기를 벗어났다고 재평가를 받기도 했다.

  허창수, GS 외형확대 불구 새지평 못열어  
▲ 허창수 회장이 2009년 역삼동 GS타워에서 방한 중인 아르메니아의 호빅 아브라하미얀 국회의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허 회장은 2009년 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GS글로벌(옛 쌍용)을 인수해 상사업에 진출했다. 대형 인수합병으로서 첫 성공이었다. LG그룹과 겹치는 사업 영역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신사협정’도 이때 처음 깨졌다. GS그룹의 자산총액은 39조 원으로 늘어났고 계열사는 64개가 되며 몸집을 더욱 늘렸다.


반면 백화점과 마트부문의 경쟁력이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과감하게 매각을 선택했다. 대신 편의점과 슈퍼마켓사업을 강화했다. 편의점인 GS25는 매년 공격적으로 점포를 새로 열었다.


지난 2월 STX에너지의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STX에너지 인수를 계기로 허 회장은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발전사업을 강화해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해외발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STX에너지가 GS이앤알(E&R)로 회사명을 바꾸고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GS그룹의 계열사는 총 80개로 늘어났다.


◆ 여전히 남은 과제들...높은 정유 비중과 ‘승자의 저주’


허 회장은 계열사를 크게 늘렸지만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허 회장이 출범 초부터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석유와 건설, 유통업에 치중돼 있는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GS그룹은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사업시설 관리 및 조경서비스업, 전기장비 제조업,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원료재생업 등 여러 업종에 새롭게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15개가 넘는 계열사가 새로 추가됐다.


그러나 새롭게 인수한 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해 허 회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삼일폴리머는 지난해 16억 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같은 해 인수한 GS플라텍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98억 원에 이른다.

GS그룹에서 GS칼텍스가 이끄는 정유사업의 매출 비중은 여전히 높다. GS그룹 전체 매출의 70% 가량이 GS칼텍스에서 나온다. 80개의 계열사가 있지만 여전히 GS칼텍스가 GS그룹을 먹여 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S칼텍스는 실적부진 및 기름유출사고로 위기에 처했다. 그 위기는 지금 고스란히 GS그룹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허 회장이 STX에너지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STX에너지 인수가 반드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자회사 리스크’가 복병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TX에너지의 자회사인 'STX솔라'와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STX에너지캐나다'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순손실을 내고 있다. STX솔라의 부채비율은 600%를 넘어섰고 STX에너지캐나다 역시 부채비율이 1700%에 달한다. 북미지역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가스 가격이 급락해 STX에너지캐나다 가스 판매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허 회장 앞에 1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업다각화와 함께 인수합병 성공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