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2020년까지 세계 무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게임개발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원대한 목표를 제시하는 리더는 많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내는 리더는 많지 않다.
방준혁 의장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외부에서 ‘어렵다’라고 말했던 것들을 결단력과 과감함, 틀을 깨는 사고 등을 통해 이뤄내왔다.
방준혁 의장이 이번에도 스스로 제시한 목표를 이뤄내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윤휘종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이하 윤)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방준혁 의장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글로벌 게임개발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코웨이 인수라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방준혁 의장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윤휘종 기자: 지난 시간에 방준혁 의장이 코웨이 인수를 통해 ‘캐시카우’로 안정적 자금을 확보하고 그 금액을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회사와 진검승부 할 수 있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얘기했는데요. 이런 ‘꿈‘이 현실성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어렵겠지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넷마블에게는, 그리고 방준혁 의장에게는 분명한 강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입니다.
모바일게임은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글로벌 대형 게임개발사들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넷마블은 국내 게임개발사 중에서도 모바일게임 분야에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글로벌기업들이 대부분 주목하고 있는 PC게임, 콘솔게임 등과 달리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게임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블리자드의 흥행작들인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등은 모두 PC게임입니다. 모바일 흥행작은 PC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한 하스스톤 정도입니다. 곧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블리자드의 모바일게임 ‘디아블로:이모탈’ 개발도 중국회사에 외주를 맡긴 게임입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일찍부터 모바일게임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넷마블은 방준혁 의장의 ‘결단’으로 모바일게임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지닌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곽: 듣고 보니 국내 게임회사들의 대표 게임들은 대부분 모바일게임이네요. 특히 넷마블의 흥행작은 리니지2레볼루션, 마블퓨처파이트 등 전부 모바일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말씀하신 내용 중에 방준혁 의장의 ‘결단’이라는 것은 뭔가요?
윤: 소위 3N이라고 불리는 국내 대형 게임회사 가운데 ‘모바일 전환’을 가장 먼저 추진한 회사가 넷마블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방준혁 의장은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경영에서 손을 뗐다가 2011년 다시 돌아왔습니다. 방준혁 의장이 경영에 복귀할 때 넷마블의 경영상황은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방준혁 의장의 경영복귀를 많이 말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은 경영복귀를 강행했습니다. 이 때 방준혁 의장이 넷마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들고 온 해결책이 모바일게임 개발에 ‘올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곽: 2011년이면 스마트폰이 상당히 많이 보급됐을 때군요. 모바일게임시장도 상승세에 있었을 때일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모바일게임 전환을 결단한 것이 넷마블 뿐이었나요?
윤: 물론 국내 대형 게임개발사들도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은 ‘PC온라인게임’이라는 달콤한 꿀을 버리지 못한 채 모바일게임 전환을 망설이고 있는 상태였죠. 당시만 해도 지금과 달리 ‘게임기’로서 스마트폰의 입지는 그리 크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방준혁 의장은 앞으로 게임산업의 미래는 모바일게임에 있다는 것을 예견하고 ‘모바일게임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구마구2013, 모두의마블 등 넷마블이 새로 내놓은 모바일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넷마블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넷마블은 3N 가운데 명실상부 모바일게임 최강자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현재는 경쟁사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굉장한 성공으로 상황이 역전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넷마블이 국내 게임개발사 가운데서도 모바일게임 분야의 강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곽: 넷마블이 글로벌 대형 게임개발사들이 가지지 못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성공 가능성을 이야기하기에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로벌 대형 게임회사들이 아직까지 모바일게임에 주목하지 않고 있을 뿐, 막대한 자본을 통해 고퀄리티의 모바일게임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니까요.
윤: 맞습니다. 자본의 불균형을 깨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콘텐츠사업은 종종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통해 그 불균형을 깨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리고 방준혁 의장은 지금까지 틀을 깨는 결단을 통해 여러번 위기를 돌파해 왔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에 보편화 된 과금모델인 ‘부분유료화’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방준혁 의장입니다.
부분유료화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는 무료지만 게임 진행에 유용한 아이템을 현금으로 살 수 있다’는 과금구조입니다.
하나의 게임에 사용자가 지불하는 금액의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게임회사의 수익성을 크게 높여준 ‘황금의 손’과도 같은 과금방식입니다.
넷마블은 2001년 11월 출시된 캐치마인드가 최초의 부분유료화 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의 경쟁사인 넥슨은 2001년 10월 출시된 크레이지아케이드가 최초의 부분유료화 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있구요.
방준혁 의장은 이와 관련해 “경쟁사에서 만든 다른 게임이 최초의 부분유료화 게임이라고 잘못 알려져있다”고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습니다.
출시시점이 한 달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만큼 어느 곳에서 먼저 ‘최초’로 시작했다고 결론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방준혁 의장이 ‘게임시장의 판을 흔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곽: 부분유료화 과금구조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 리니지2M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기반이 됐다고 들었는데요. 그걸 최초로 도입한 사람이 방준혁 의장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준혁 의장이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이라는 사업모델을 게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것도 사실인가요?
윤: 그렇습니다.
원래 게임 퍼블리싱은 온라인 게임이 아닌 싱글플레이 PC·콘솔게임에서는 꽤 잘 알려진 사업모델이었습니다. 게임개발사가 따로 있고 그 게임의 홍보, 판매 등을 대신하는 회사가 따로 있는 시스템이죠.
단순히 홍보, 판매 등을 대신하는 콘솔게임 퍼블리싱과 달리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은 유저 지원, 서버 관리, 게임 운영 등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입니다.
방준혁 의장은 이 퍼블리싱 모델을 2001년 ‘라그하임’을 시작으로 온라인게임시장에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이후로도 넷마블은 이 모델을 따라 카르마 온라인, 다크에덴 등 수많은 게임을 퍼블리싱 형태로 운영했고 지금은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사업모델은 여러 게임회사의 보편적 형태의 사업모델로 자리잡았습니다.
곽: 결국 ‘게임강국’ 대한민국의 3대 게임개발사에 ‘넷마블’이라는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방준혁 의장의 결단력, 과감함, 틀을 깨는 사고 등이 커다란 힘이 됐다는 이야기군요.
방준혁 의장의 이런 점들이 글로벌 게임시장에서도 ‘판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면 글로벌 게임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판단됩니다.
사실 요즘 게임과 콘텐츠사업들은 ‘글로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시장만 바라보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글로벌 톱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방준혁 의장의 목표가 허황된 목표인지,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지는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방준혁 의장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결단력, 과감함으로 넷마블을 글로벌 게임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