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콘텐츠 수출액 48억 달러(5조6천억 원) 가운데 게임콘텐츠 수출액의 비중은 약 70%(3조8천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게임시장에서 국내 게임회사들의 영향력은 높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3N’이라고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게임업계 매출순위는 2018년 기준으로 각각 12위, 14위, 17위에 그친다.
넷마블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로 키워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게임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뜨거운 감자’였던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 역시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넷마블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방 의장은 과연 액티비전 블리자드, 닌텐도, EA 등 글로벌 게임회사들과 경쟁해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을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윤휘종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이하 윤)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웅진 코웨이 인수전에 넷마블이 ‘깜짝등장’하면서 시선을 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생활가전 렌털회사 인수전에 게임회사가 왜 참여했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했는데요.
방준혁 의장이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 속내는 무엇인가요?
윤 : 아마 이 소식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을 겁니다. 인수작업이 모두 마무리 된 지금도 그런 사람이 많을 거구요. 하지만 목적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로 ‘돈’입니다.
곽 : 돈이라구요? 물론 모든 회사가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회사가 인수합병에 나설 때는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 사이의 ‘시너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럼 넷마블과 코웨이가 시너지를 낼 수있다고 방준혁 의장이 판단했다는 건데, 그 시너지가 무엇일까요?
윤: 사실 게임산업 등 콘텐츠사업은 초기 개발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는 그 게임의 성공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불안정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최근 구독경제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생활가전 렌털사업은 굉장히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사업이 됐습니다.
곽: 그렇군요. 본업이 불안하기 때문에 흔들림 없는 ‘캐시카우’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과연 코웨이에서 생기는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지가 될 것 같은데, 방준혁 의장은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하려는 건가요?
윤: 당연히 ‘게임’입니다. 넷마블은 게임회사니까요. 하지만 방준혁 의장은 단순히 게임사업에 투자하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이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세계시장’입니다.
사실 이미 우리나라 게임회사들은 모두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넷마블의 해외사업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2019년 4분기 말 기준 넷마블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시장 매출은 약 72%에 이릅니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의 목표는 좀 더 멀리있다고 봅니다.
방준혁 의장은 2017년 1월 열린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0년까지 글로벌시장에서 소위 글로벌 메이저 톱5 안에 들지 못하면 더 이상 우리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은 예전이나 지금 변함이 없다. 글로벌 메이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시장의 패권을 두고 올해 본격적으로 경쟁해 보겠다.“
올해는 2020년입니다. 글로벌 메이저 톱5에 들어야 할 때가 된 것이죠.
곽 : 그렇다면 넷마블이 현재 그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윤 : 그렇게 보기는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막대한 자본력을 통해 게임을 제작하는 글로벌회사들이 많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에게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으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2019년 매출은 약 7조8천억 원 정도입니다. 반면 넷마블의 2019년 매출은 약 2조170억 원 정도로 4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곽: 확실히 차이는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또 생각보다 그렇게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크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윤: 그렇습니다. 방준혁 의장이 주목한 것도 바로 그 점이라고 봅니다. 조금만 더 하면, 현금이 조금만 더 있다면 경쟁해볼 만하다는 것이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2018년 기준으로 순수 게임회사 가운데 매출 순위 1위에 올라있는 기업입니다. 이런 기업과 매출 격차가 이정도라면 ‘해볼만 하다’고 볼 수 있겠죠.
곽: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넷마블의 현재 상황인데,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윤: 실적만 놓고 보면 ‘좋지 않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넷마블은 2019년 실적을 2020년 2월13일에 발표했는데요, 2018년보다 영업이익이 16.5%나 줄어들었습니다. 넷마블은 2019년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를 두고 ‘신작 게임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신작 게임의 출시가 진행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릅니다. 넷마블은 A3:스틸얼라이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이 게임은 방준혁 의장이 강조하는 ‘웰메이드’와 ‘융합장르’라는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A3:스틸얼라이브는 글로벌 출시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 게임의 성적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서 넷마블 실적이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곽: 지금까지 방준혁 의장은 왜 코웨이를 인수했는가, 그의 목표는 무엇인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코웨이는 게임회사가 지닌 약점인 ‘안정적 자금’을 보완해주고, 반대로 게임회사는 ‘캐시카우’에서 나오는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언뜻 생각해보면 글로벌 게임회사들과의 경쟁이 다소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방준혁 의장이 그동안 남다른 결단력으로 많은 성과를 낸 것을 생각해보면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CEO톡톡은 이정도로 마치고 다음 시간에는 방준혁 의장이 ‘캐시카우’ 코웨이를 바탕으로 꿈을 어떻게 실현에 나가고 목표를 달성해나갈지 살펴보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