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금융시장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자리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진입 실패와 대규모 매물 발생 가능성 등에 영향을 받아 비트코인 시세도 증시와 함께 하락하자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비트코인 '디지털 금' 멀어져, 제도권 진입 좌절에 코로나19 타격도

▲ 비트코인 이미지.


10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2월24일부터 10일까지 약 2주 동안 28%가량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아시아지역 일부에만 영향을 미치던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시세가 1200만 원대에 다가섰으나 950만 원대로 내려 앉았다.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금 시세와는 반대로 움직이며 오히려 주요국 증시와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월24일부터 10일까지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약 15%, 코스피 지수는 약 10% 하락했다.

반면 금값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년여 만에 최고인 온스당 가격 167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미국과 이란 무력충돌 등 금융시장의 주요 변곡점마다 증시보다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비슷한 시세변동을 보여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증시와 함께 급락하면서 가상화폐업계는 기대가 무너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는 9일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급락한 것에 놀랐다”며 “당연히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줄 알았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금과 비슷한 시세 변동을 보이다 최근 하락한 이유로 제도권 진입이 또 좌절됐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월26일 투자운용사 윌셔피닉스가 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신청을 놓고 시세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윌셔피닉스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는 ‘마지막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라고 업계에서 불릴 정도로 최근 3년 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지적한 문제점을 충실히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시세조작 가능성을 또 다시 문제 삼으면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출시는 장기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는 비트코인 시세 등락과 비슷하게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로 거래소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일반인이 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중국에서 대규모 비트코인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 시세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가상화폐 프로젝트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플러스토큰’은 6일 보유하고 있던 14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여러 전자지갑으로 분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유자산 처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만3천 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시장에 풀리는 것을 시작으로 플러스토큰이 보유한 가상화폐가 대량으로 풀리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플러스토큰이 모은 투자금은 3조 원대로 전해졌다. 

비트코인 시세가 금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바라보던 시선도 줄고 있다. 

블룸버그는 9일 칼럼니스트 팀 쿨판의 오피니언을 통해 “금융시장 하락세에서 가상화폐가 피난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 가상화폐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는 비트코인이 주가보다 더 빠르게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위험자산보다 더 위험한 자산’이라고 9일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