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배당이란 대주주가 소액주주에게 배당권리 일부를 양보하거나 포기해 같은 배당총액 아래서 소액주주가 더욱 많은 배당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SPC삼립은 파리크라상이 지분 40.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허영인 SPC삼립 회장이 지분 9.27%, 허 회장의 아들들인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전 부사장이 각각 11.94%를 보유한 회사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만큼 배당을 통해 오너일가 등 대주주들에게 실적 개선에 따른 이익을 몰아준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액주주들에게 배당이익을 돌려주면서도 대주주가 양보를 함으로써 회사의 성장을 위한 투자금을 남겨둔다는 의미도 있다.
오리온홀딩스도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2017년도 배당부터 꾸준히 차등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이화경 오리온홀딩스 부회장(32.63%)과 담철곤 오리온홀딩스 회장(28.73%) 등 특수관계인이 63.84%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도 배당정책을 살펴보면 보통주 1주당 대주주는 250원, 일반주주에게는 650원을 각각 지급한다.
SPC삼립뿐 아니라 금호석유화학, 오리온홀딩스, IBK기업은행, 삼광글라스, 한국캐피탈, 정상제이엘에스, 일진파워 등도 2019년도 배당을 차등배당하기로 이사회 결의를 하면서 수년째 차등배당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오리온홀딩스와 IBK기업은행 등은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주들의 우려를 희석하기 위해 차등배당을 통해 경영진 및 대주주의 몫을 줄이는 대신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영업환경에 따라 매년 영업이익 변동폭이 확대되더라도 차등배당 방식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소액주주에게 돌아가는 주당 배당금은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차등배당을 실시하는 곳은 2016년도 5곳, 2017년도 9곳, 2018년 14곳으로 늘고 있다. 2019년도 배당정책을 발표한 곳 가운데서도 이미 20곳 이상이 차등배당을 결정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시기를 전후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 이익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차등배당은 오너의 자녀들에게 기업승계 자금을 마련해주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소액주주인 자녀 및 배우자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면서 오너일가는 증여세나 상속세 등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거액의 배당을 받으면 그만큼 많은 소득세가 붙고 이 배당금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또 세금이 붙게 된다.
상대적으로 소액주주인 자녀들이 많은 배당을 받게 된다면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오너일가의 소득세 부담을 낮출 수 있으며 별도로 증여과정도 필요 없기 때문에 절세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기업 승계를 위한 차등배당은 주주권익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 오너일가를 위한 것인 만큼 비판을 받은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차등배당은 비상장된 중소·중견기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에서는 2015년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아들 권재현 반도개발 상무가 반도홀딩스의 차등배당방식 중간배당을 통해 406억 원가량을 한차례 혼자서 받았던 사례가 있다.
반도홀딩스는 권 회장이 지분 69.6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권재현 상무가 지분 30.06%를 들고 있는데 권 회장이 모든 배당권리를 포기하고 아들에게 배당금을 몰아준 것이다.
박동빈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주주권리 보호에 관심이 커지면서 2017년 이후 차등배당 실시 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일반적으로 주주환원 차원으로 볼 수 있겠으나 시행 여부만이 아니라 개별기업의 주주 구성, 차등배당 대상, 경영성과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