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전 덕에 1분기 깜짝실적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왼쪽)과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겸 사장(오른쪽)

LG전자가 1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해 5천억 원 고지를 넘었다. 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구본무 회장이 LG전자에 재무통을 각자대표이사로 앉히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깜짝실적은 TV를 선두로 가전부문이 견인했다. 하지만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킨 스마트폰사업은 이번에도 적자탈출에 실패했다. 여전히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가전의 LG 부활하나


LG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040억 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직전분기보다 111.7% 늘었고 지난해 1분기보다 44.2% 증가했다. 당초 증권가의 예상치가 3134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깜짝실적을 낸 셈이다. LG전자는 2012년 2분기 526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5천억 원을 넘겼다.


매출액은 직전분기보다 4.3% 줄어든 14조274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 1.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5%를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3%대 재진입에 성공했다.


LG전자는 이번에 TV사업의 덕을 톡톡히 봤다.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1분기 영업이익 2403억 원을 기록했다. HE사업부 하나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45.6%를 차지한 것이다. 직전분기보다 41%,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2046%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은 4조9473억 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보다 15% 감소했지만 지난해 1분기보다는 3% 늘었다.


1분기는 보통 TV시장의 계절적 비수기다. LG전자 측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증가와 비용절감으로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특히 월드컵 효과가 앞당겨지면서 유럽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그동안 UHD(초고해상도) TV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대형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해왔다. 경쟁자인 소니와 필립스가 프리미엄 모델 시장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LG전자가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생활가전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도 좋은 실적을 냈다. HA사업부의 1분기 매출은 직전분기보다 4%, 전년동기보다 3% 줄어든 2조7179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92억 원을 기록해 직전분기보다 31% 늘었고 지난해 1분기보다 7% 증가했다.


해외시장 경쟁심화와 환율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지만 TV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고 원가개선이 이뤄지면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에어컨과 제습기 등을 판매하는 에어컨디셔닝&에너지솔루션(AE) 사업본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1분기 매출은 직전분기보다 70% 증가한 1조2201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130%나 늘어난 89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변화가 없었고 영업이익은 10% 늘었다.


북미와 유럽, 중남미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이 이어졌고 국내에서도 제습기 등 에어솔루션 제품 판매가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효율적 비용투입도 영업이익 증가에 한몫을 했다.


◆ 적자탈출 쉽지 않은 스마트폰사업


LG전자가 가전부문에서 재미를 봤지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이번에도 적자탈출에 실패했다.


MC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 3조4070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보다 5%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보다 6% 늘어났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총 12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을 받아 분기 최고치인 1320만대를 판 직전분기보다 판매량이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판매량인 1030만대보다 19%나 더 팔았다.


LTE 스마트폰은 분기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인 500만 대를 기록하면서 적자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MC사업본부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88억 원이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졌지만 실적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MC사업본부의 지난해 3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797억 원이었고 4분기에 434억 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1분기는 비수기였고 시장경쟁이 심화되는 등 악재가 있었지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면서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MC사업본부가 곧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비수기가 지난 만큼 판매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 2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3’를 출시하고 중저가 스마트폰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 스마트폰이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애플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LG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결국 마케팅비와 연구개발(R&D)비 투자를 쉽게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도현 LG전자 사장은 이날 실적설명회에서 “MC사업본부는 2분기에도 브랜드 강화를 위해 많은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를 투입하고 있어 흑자전환 시기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LG전자가 G시리즈를 선보이기 전까진 경쟁력있는 스마트폰이 없어 고전했고 출시 이후로는 많은 비용 때문에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투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사장은 “비용을 늘리지 않는다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소폭의 적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는 LG전자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10% 정도 확보하면 상당한 이익을 낼 것”이라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