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만약 이번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놓치면 5년 만의 도시정비시장 첫 복귀에서 ‘래미안’ 브랜드의 명성에 흠집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대어급’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기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장이 지고 있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입찰이 마감된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수주전은 대림산업이 가장 마지막으로 입찰보증금을 내면서 삼성물산 대림산업 호반건설의 3파전으로 확정됐다.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은 공사비 2400억 원 정도로 대형사업은 아니지만 9호선 신반포역, 한강공원과 가깝고 반포초등학교, 반포중학교 등 학군도 좋아 강남권에서 정상급 입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 입찰 제안서와 입찰보증금 500억 원을 3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제출하며 수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수주전의 승리를 통해 서울 강남권에서 래미안의 명성이 여전히 굳건함을 보이고 곧 다가올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의 시공권 확보를 위한 발판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은 9호선 신반포역에서 1정거장 떨어진 구반포역 인근에서 진행돼 입지 상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사업비는 8090억 원으로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보다 규모가 3배 이상 크다.
2월 말 열린 반포3주구 현장설명회에는 보증금 10억 원 납부라는 조건에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6개 건설사가 참석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일부 건설사는 지하철 광고나 유명인을 섭외한 홍보영상 등을 일찌감치 준비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역시 유튜브를 통해 “삼성물산에게 반포는 래미안의 자부심을 만들어온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2020년 삼성물산의 모든 역량을 반포3주구에 집중하겠다”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의 입찰 마감일은 4월10일로 그날부터 본격적 수주전이 시작된다. 4월4일 발표되는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선정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이 만약 신반포15차에서 패배한다면 단순히 이 사업을 놓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수주와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래미안원베일리 등과 함께 반포에 ‘래미안 벨트’를 형성하는 일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영호 사장은 2018년 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에 오른 뒤 한 번도 도시정비 수주전을 치른 적이 없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국내 수주잔고가 이 사장 취임 전인 2017년 말 18조 원에서 2019년 말 14조3천억 원으로 2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수주가 향후 이 사장의 수주역량을 입증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019년 영업이익도 2018년과 비교해 30% 감소하는 등 부진했던 만큼 도시정비사업 복귀전이 되는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이 이 사장에게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2번지 일대에 지하4층~지상35층 아파트 6개동, 641세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에 단지 이름으로 래미안원펜타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단 하나를 의미하는 ‘One’과 라틴어로 엘리트를 의미하는 ‘Pentas’를 더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반포의 중심에서 대체할 수 없는 최상급 주거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포는 대한민국의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래미안과 함께 성장해왔다”며 “그 중심에 있는 신반포15차에 래미안퍼스티지, 래미안원베일리에 이은 또 하나의 하이엔드 주거공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