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통해 관료출신의 장점을 살려 정책금융 공급에 앞장서며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강화할까?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경기에 타격이 커지자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IBK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오늘Who] 윤종원, 코로나19로 IBK기업은행 '정책금융' 시험대 올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일 "기업은행은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초저금리 대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은행은 최근 최대주주인 정부를 대상으로 약 2640억 원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하반기에도 15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업은행을 앞세워 정책금융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코로나19 추가 금융지원방안에서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상품 공급규모를 기존 1조7천억 원에서 4조2천억 원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

국내 시중은행 12곳의 코로나19 관련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저금리대출 공급규모를 모두 합쳐도 3조1800억 원인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실적 악화를 우려해 금융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공급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추진하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실제 경기부양 효과로 이어지려면 자금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필요한 분야에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윤종원 행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던 정책금융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정부정책에 발맞춰 기업은행의 금융지원 역할을 강화할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장에 처음 선임됐을 때는 안팎으로 반발이 적지 않았다.

기업은행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이 없는 윤 행장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공급 역할이 더 우선순위에 놓이면서 윤 행장이 관료출신 행장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성과는 국책은행으로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주요 추진과제로 삼고 있는 기업은행의 정체성 강화에도 중요하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장 자격 논란을 극복하고 역할을 증명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 국책은행으로 지원에 앞장서는 것은 기업은행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상황 악화로 고전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저금리 대출 공급을 늘리는 것은 기업은행의 실적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고 부실 여신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에 금리 하락과 내수경기 위축,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공적 기능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윤 행장은 당분간 기업은행 실적 개선과 주가 부양보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고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적 부담과 같은 여러 리스크를 고려해 자금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