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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삼성물산으로 새 간판을 내걸었다.
삼성물산은 기존 4개 사업부문에서 4명의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한 지붕 네 가족’ 체제로 출범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오너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물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서현 사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 2020년 10조 원 매출 목표
통합 법인 출범 뒤 처음 열린 2일 이사회에서 새 의장으로 뽑힌 최치훈 사장은 협업 시너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통합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부문의 4개 사업부문 체제가 유지된다.
오너 일가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물산 고문과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 사장을 각각 유지한다. 두 사람은 통합법인의 지분을 각각 5.5%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3조6천억 원 이었다. 앞으로 5년 안에 2배로 늘리겠다는 뜻이다.
건설부문 매출 목표는 23조6천억 원이다. 지난해 16조2천억 원에서 7조 원 가량을 늘려야 한다.
가장 극적으로 매출확대 목표를 잡은 곳은 패션부문이다. 지난해 1조9천억 원 매출에서 2020년까지 10조 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패션사업에서 매출이 5배 이상 늘어야 가능한 수치다. 또 삼성물산 전체 매출목표의 6분의 1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윤주화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오너 경영인으로 이 사장의 경영능력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특히 과거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에서 경영기획을 담당해 온 만큼 오너로서 향후 패션사업 확대에 온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사업은 앞으로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시너지를 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이 패션사업에서 5배 이상 매출확대 목표를 내세운 것도 상사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패션사업의 앞날이 기대만큼 밝을지는 미지수다. 패션업계 전체가 성장정체의 늪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도 우려를 낳는다.
제일모직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27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늘었다. 하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60.6% 급감했다. 2분기도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1% 감소했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올해 들어 실적이 두드러지게 악화하고 있다. 1분기 패션사업에서 매출 4632억 원을 냈으나 영업이익은 3억 원에 그쳤다.
패션사업 수익성은 2분기 들어 더 나빠졌다.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한 3968억 원이었으며 영업손실은 32억 원이었다.
◆ 이서현, 패션사업 성장 이끌어낼까
이서현 사장은 패션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올해 들어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등 기존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하고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꾸준히 정리해 왔다. 캐주얼 브랜드 후부, 여성복 브랜드 데레쿠니와 에피타프, 남성복 니나리치, 캐주얼 브랜드 바이크리페어숍 사업 등 여러 브랜드를 정리한 것이다.
이 사장은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에잇세컨즈가 삼성물산 패션사업에서 효자노릇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는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SPA브랜드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SPA 경쟁이 심해지면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합 삼성물산에서 패션부문은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시너지가 낮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건설이나 식자재 등은 삼성그룹 내부에서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으나 패션사업의 실적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9월4일부터 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2015’에 참가해 로가디스 스마트수트 등 패션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신상품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 참가는 삼성물산으로 간판을 바꾼 뒤 첫 행보인 데다 통합 삼성물산의 시너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