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3-05 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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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모바일기기용 반도체시장에서 퀄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퀄컴 제품을 선택한 데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아 퀄컴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5일 업계에 따르면 5G통신 확산에 따라 대부분의 글로벌 모바일기업들이 퀄컴의 5G지원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현재까지 70여종에 이르는 5G스마트폰이 퀄컴의 ‘스냅드래곤865’를 적용해 출시됐거나 개발된 것으로 파악된다.
샤오미 ‘미10’와 ‘미10프로’, 리얼미 ‘X50프로’, 오포 ‘파인드X2’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분류되는 제품들이 주로 포함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 역시 퀄컴 제품을 탑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2019년 10월 자체적으로 개발한 5G지원 AP ‘엑시노스990’을 내놨는데 정작 스마트폰에는 경쟁사 반도체가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퀄컴 제품을 선택한 것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초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퀄컴으로부터 더 많은 일감을 받기 위해 퀄컴 반도체의 사용폭을 넓혔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영국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으로부터 5G모뎀 ‘스냅드래곤X60’ 물량 일부를 수주했다. 파운드리사업 외형을 키울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력 스마트폰에도 탑재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자체개발 엑시노스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인도 등 5G통신이 상용화하지 않은 국가에 내놓는 제품에만 엑시노스990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지언론에서는 스냅드래곤865와 엑시노스990 성능을 비교하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도매체 마셔블인디아는 “엑시노스990과 스냅드래곤865는 같은 수준에 있지 않다”며 “(엑시노스990이 탑재된) ‘갤럭시S20플러스’로 게임을 했을 때는 스냅드래곤865가 적용된 비보 ‘아이쿠우(IQOO)3’ 및 리얼미 X50프로 등과 비교해 더 많은 처리 지연(프레임 드랍) 현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모바일기기용 반도체가 위축된 사이 퀄컴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모바일기업으로 꼽히는 애플도 퀄컴 제품을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출시하는 아이폰 신제품에 퀄컴의 5G모뎀을 탑재하기로 했다.
이는 퀄컴의 반도체 기술력이 그만큼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애플이 2019년 7월 10억 달러를 투입해 인텔 모뎀사업부를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이른 시일 안에 자체 5G모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기기용 반도체시장을 장악해가는 퀄컴에 대응해 자동차용 반도체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용 AP ‘엑시노스오토8890’를 독일 완성차기업 아우디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전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를 내놓기도 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신호로 바꿔 화상을 표현하는 시스템반도체다.
하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역시 퀄컴의 사업영역에 속하는 만큼 삼성전자는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자체개발한 반도체를 기반으로 커넥티드카 솔루션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자율주행차 솔루션 ‘스냅드래곤 라이드’ 등을 선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