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성동조선해양 맡아 삼성중공업 무엇을 얻나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고민 끝에 성동조선해양을 맡기로 했다. 박 사장은 나름대로 안전판을 마련했다.

위탁경영방식이 아닌 경영협력방식을 끌어내 위험을 최소화했다.

협력기간도 최장 7년으로 시너지를 확인하고 인수를 검토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실패 이후 올해 상반기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박 사장이 성동조선해양 경영협력을 통해 삼성중공업 부진탈출의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 성동조선 위탁경영 위험부담 피해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은 1일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재무, 인사, 관리 등을 맡고 삼성중공업은 영업, 구매, 생산, 기술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본 4년에 합의를 통해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장기협약이다.

박대영 사장은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어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생산분야 시너지를 통해 시장대응력을 강화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제안을 받고 위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난 8월까지 실사를 벌였다. 삼성중공업은 위탁경영할 경우 장점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위탁경영기간과 최종 인수조건에 부담을 느꼈다.

수출입은행은 당초 2년 정도 위탁경영한 뒤 완전히 인수하는 방식을 희망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시너지를 확인해 인수를 결정하기에 기간이 너무 짧다고 봤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만 1조5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거부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불안한 성동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할 경우 연결재무구조에 편입돼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은 협상을 거듭한 끝에 위탁경영 대신 경영협력협약이라는 방식을 끌어냈다. 또 기간도 4+3년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으로 짊어져야 하는 재무적 부담은 덜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리한 협상을 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삼성중공업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험이 전가되는 부분은 수출입은행이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적 자금지원을 통해 삼성중공업에 부담을 안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대영, 성동조선해양 맡아 삼성중공업 무엇을 얻나  
▲ 구본익 성동조선해양 사장직무대행,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8월3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 성동조선해양 경영협력으로 무엇을 얻나


박대영 사장은 성동조선해양 경영협력이 삼성중공업 실적개선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비중이 6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공기지연으로 손실규모도 조 단위로 커진 데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들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은 상선 수주를 늘리는 데 주력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존재했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도크가 좁다. 삼성중공업은 동남아지역에 조선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또 다른 부담요인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중형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성동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할 경우 해양플랜트와 대형선박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삼성중공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통영에 위치한 조선소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가깝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경영협력 협약에서 성동조선해양에 외주계약 형식으로 블록제작 등을 맡기기로 했다. 또 성동조선해양 신규수주도 주선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그만큼 설비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고 중대형선박을 동시에 수주하는 블록딜 등 상선 분야에서 수주기회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성동조선해양 인수할까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해 합병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수출입은행과 맺은 경영협력 협약에서 성동조선해양 인수합병 조건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인수를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아 경영협력 기간 중이라도 상황에 따라 인수절차를 밟을 여지도 남아 있다.

성동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경영정상화를 이룰 경우 아무래도 인수후보자로 삼성중공업이 우선적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해양을 누구든 사고싶은 기업으로 만들어 주인을 찾아 줄 것”이라고 말해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대형상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 중심에서 중형상선과 탱커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

또 성동조선해양은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글로벌 수주잔량 순위 9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일본 이마바리조선을 제치고 글로벌 조선사 순위 톱3의 지위를 굳힐 수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말 기준 수주잔량 552만5천CGT로 이마바리조선(555만1천CGT)에 이어 수주잔량 순위 4위를 2개월째 기록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181만1천CGT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