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바라보는 시장의 불안한 시선을 잠재울 수 있을까?
3일 금융업계와 HDC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 5일부터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하는 3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흥행 여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HDC그룹의 성장성을 향한 시장의 신뢰 회복을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업황 부진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취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선이 지속해서 나온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성공할 수 있다는 시장의 신뢰를 아직 얻지 못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유상증자를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청약할 권리를 준 뒤 실권주를 일반에 공모하는 ‘주주 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대주주인 HDC가 전체 증자 물량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일반공모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주식이 나오면 주관사들이 나눠 인수하는 만큼 일반주주가 모이지 않더라도 증자규모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 소액주주의 실권비율이 높거나 이후 공모에서 일반주주를 모으지 못한다면 HDC현대산업개발의 투자매력은 그만큼 떨어지는 것으로 시장에서 여겨질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소액주주 비중이 44.1%에 이른다.
증권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상증자에서 흥행할지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 본업인 건설업만 놓고 봤을 때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싼 가격”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살아난다면 기업가치가 크게 오를 수 있는 만큼 유상증자에 베팅하는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저가매수 기회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 추가적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인수가 마무리된 뒤에도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자금이 지속해서 들어갈 수 있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바라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 1주당 발행가격을 1만4600원으로 정했는데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지난해 11월12일 종가인 3만11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애초 유상증자 규모는 1월 말 4075억 원에서 주가 하락으로 3207억 원까지 868억 원가량 줄었다.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 규모가 계획보다 줄어든 부분은 차입금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이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HDC현대산업개발의 2대주주인데 유상증자 주주명부가 확정된 2월3일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식을 10% 이상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은 1월 한때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또 다시 지분을 매입해 가장 최근 공시인 1월17일 기준으로 1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유상증자 참여 여부 등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추가 투자 관련 사안은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투자 이후에도 별도의 공개기준이 없다면 투자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