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라고요? 이젠 그런 말도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립니다. 우리에게 대한민국은 ‘헬조선’일 뿐입니다.”
서울의 한 명문대를 졸업한 이모(28)씨가 최근 모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의 일부다.
‘헬조선’이란 지옥(헬,Hell)과 한국(조선)의 합성어로 청년들이 살아가기 힘든 오늘날 대한민국을 비꼰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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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층 구직자들이 지난 8월7일 서울 강동구청에서 열린 청년인턴 채용박람회에 참가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
몇해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 젊은이들 사이에 베스트셀러였다.
취업이나 연애,결혼 등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청춘들에게 조언하는 내용의 책인데 대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요즘 청춘들을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팍팍해져 버렸다. ‘아프니까 청춘’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춘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실업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유행어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3포 세대’란 말 대신에 ‘5포 세대‘,’7포 세대‘란 말이 유행어로 등장했다.
요즘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말이다.
5포 세대란 3포 세대(결혼과 출산,육아 포기)에 ‘내집 마련’과 ‘인간 관계’를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면 7포 세대가 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n포 세대'란 말도 나왔다. 이는 모든 걸 다 포기해야 하는 세대란 뜻이다.
“취업은 힘들고 학자금 대출의 빚도 남아 있는데 어떻게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를 생각할 수 있겠나. 포기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 취업준비생의 말은 이들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진로가 좌우되는 현실을 꼬집은 ‘금수저’와 ‘흙수저’란 신조어도 나왔다.
'금수저'는 돈 많고 능력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 '흙수저'는 돈도 ‘빽’도 없어 기댈 언덕이 없는 이들을 말한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식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현실 속에서 젊은세대들은 한국사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20~30대 젊은층과 저소득층일수록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이 개선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비와 교육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반발심을 갖는 청춘들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헬조선’에 이어 ‘죽창’‘망한민국’과 같은 섬뜩한 말까지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 태어난 ‘금수저’들만 잘 사는 한국사회에서 우리 같은 빚더미의 ‘흙수저’들은 오로지 ‘죽창’을 들고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다. 죽창 앞에는 너도 한방 나도 한방, 평등하니깐.” 얼마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청년들이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불만의 불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청년 고용 확대, 집값 안정 등 사회안전망 확대를 통해 청년들에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