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이사가 마침내 법정에서 활짝 웃었다.
그동안 택시기사들의 욕설을 피해다니기 바빴는데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한시름 놨다.
▲ 이재웅 쏘카 대표이사(왼쪽)와 박재욱 VCNC 대표이사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멘토’로서 박재욱 VCNC 대표이사를 마음 편하게 품에서 내놓을 수도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19일
이재웅 쏘카 대표이사와 박재욱 VCNC 대표이사를 비롯해 쏘카와 VCNC에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를 합법적으로 운영했다고 인정받으면서 이 대표는 박 대표한테서 ‘불법’ 꼬리표를 떼줄 수 있게 됐다.
쏘카는 2018년 7월 VCNC를 인수했다. 이 대표가 오랫동안 지켜본 박 대표를 기술부문을 이끌 인물로 영입한 셈이다.
박 대표는 이 대표를 멘토로 따른다.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11년에 창업했다. ‘엠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한국 최초로 만들었으나 카카오톡에 밀렸다.
그전에도 태블릿PC에서 기사를 모아볼 수 있는 ‘뉴스갤러리’, 아동을 대상으로 둔 전자책 등을 개발했지만 줄줄이 실패했다.
그러다가 이 대표의 조언을 듣고 ‘비트윈’을 만들어 비로소 주목을 받았다. 비트윈은 연인끼리 쓰는 모바일 메신저로 2011년 11월에 나와 지금까지 VCNC가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멘토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좋은 팀인데 서비스에 철학이 없어서 계속 실패하는 것 같다’고 충고해줘 왜 사업을 시작했고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다”며 비트윈이 성공한 배경을 돌아봤다.
이 대표는 이런 박 대표를 쏘카로 데려와 하마터면 징역을 살게 할 뻔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제 박 대표를 다시 품 바깥으로 내놓는다.
쏘카는 타다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월1일 ‘타다’가 독립기업으로 출범한다.
이 대표는 새 기업의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하고 경영권은 박 대표에게 완전히 넘긴다. 이사회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날 무죄 판결을 받고 페이스북에 “혁신을 꿈꿨다는 죄로 1년 징역형을 구형받던 날 젊은 동료들이 흘린 눈물과 내뱉은 한숨을 잊지 않겠다”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박재욱 대표와 타다 동료들의 건투를 빌어달라”고 글을 올렸다.
쏘카 관계자는 “기존 VCNC는 쏘카의 100% 자회사였다면 새 법인은 독립기업으로 경영권을 분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이재웅 쏘카 대표이사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고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업계는 타다가 독립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더 빠르게 성장할 환경을 갖췄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렌터카기업인 쏘카는 안정성이 높은 반면 VCNC는 이제 태동을 하고 있어 각 사업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갈린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사업을 키워 경영권을 내려놓는 일은 타다가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1995년 26세에 포털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했다. ‘한메일넷’과 ‘다음카페’ 등을 도입하며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키웠다.
이후 창업한 지 12년 만인 2007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해 지금까지 한국 대표 포털기업으로 남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