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위해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도 예외적으로 사외이사를 두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배구조 변경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 모회사 현대건설을 비롯한 여러 상장사들이 상법 개정에 따라 사외이사를 구하고 있다는 점 등이 사외이사 선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7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배구조 변경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점을 고려할 때 컨설팅업계나 인수합병 쪽에서 잔뼈 굵은 대형로펌 변호사나 전문경영인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할 가능성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 11.7%를 보유해 현대건설에 이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건설과 합병, 자체적 상장 등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가치를 높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경 과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말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평가되는 도신규 현대차 기획조정1실장을 새 사내이사 겸 재경본부장으로 맞으면서 지배구조 변경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왔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시장의 기대감이 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사업방향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림산업은 디벨로퍼사업 강화를 위해 컨설턴트 출신의 김일윤 피아이에이(PIA) 대표를,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박성훈 전 넷마블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실질적 도움을 얻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상장사면서도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도입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지배구조 변경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시선도 있다.
선제적으로 사외이사를 도입해 이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면 향후 상장 등을 진행할 때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요 대형건설사처럼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수적으로 교수나 고위공무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주로 교수나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경영 과정에서 조언을 얻고 있다.
현대건설만 보더라도 법학대학원 교수 1명, 전 건축공학부 교수 1명, 검찰 출신 변호사 1명, 국세청 출신 세무법인 대표 1명 등 사외이사 4명 전원이 교수와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구성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수가 아닌 단 1명의 사외이사를 둔다. 보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3월 주주총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부터 사외이사를 구해야 한다면 적절한 인사를 찾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전 상장 계열사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며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외이사 선임계획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현재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사외이사 구하기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경쟁관계에 있는 대형건설사도 사외이사를 한 명이 동시에 맡을 때가 있을 정도로 사외이사 인력풀이 상대적으로 더 좁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군다나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법에 따라 현대건설과 사외이사를 공유할 수 없다. 상법 제382조는 한 인사가 모회사와 자회사의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올해 2명을 시작으로 내년 1명, 내후년 1명 등 앞으로 3년 동안 사외이사 4명을 모두 바꿔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사외이사 윤곽은 3월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이사회가 열린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합병이나 상장 등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