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업황 악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제주항공은 2020년 들어 항공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2019년 12월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당초 지난해 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고 했으나 이후 두 차례 연기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부실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인수를 강행하면 회사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484.4%이고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은 태국의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1대와 관련해 23만 달러의 리스요금을 보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발채무가 지속해서 드러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부채비율도 높은 것으로 파악돼 인수합병을 향한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2019년 9월 말을 기준으로 33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면 인수대금 약 695억 원을 포함해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악화된 항공업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돼 제주항공의 실적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인수합병과 관련해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2019년 일본여행 자제 움직임과 홍콩 시위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 329억 원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라는 직격탄까지 맞아 올해 1분기 제주항공의 실적이 계속해서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위기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경영진의 임금을 30% 줄이기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하던 무급휴가 범위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런 위기경영은 지난해 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발표한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워진 항공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국내 항공사의 중국 노선 운항횟수는 매주 545회에 이르렀으나 2월 셋째 주를 기준으로 주126회로 무려 77%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권 예약 취소와 환불이 급증하면서 최근 3주간 국내 항공사에 발생한 환불금액도 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17일 저비용항공사들을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긴급융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방책을 내놓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지원은 일시적 효과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 노선 대부분이 운항이 중단됐고 동남아시아 등 다른 대체 노선을 찾기도 어렵다”며 “지금같은상황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도 확보한 항공기들을 투입할 노선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항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돼 어려움이 가중되면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제주항공이 경쟁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현재 항공업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합병 과정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해소되는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항공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주항공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만 인수합병과 관련해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만큼 공식적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