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야기된 대치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남북 고위당국자 회담이 난산이다.
남북 고위당국자들은 22일 오후부터 사흘 동안 마라톤 협상에 벌이고 있다.
|
|
|
▲ 2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오전 남북 고위급 2차 접촉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이 말씀밖에 못 드린다”고 밝혔다.
남과 북의 1차 협상은 22일 오후 6시30분 시작돼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거의 10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2차 협상은 23일 오후 3시30분에 시작돼 만 24시간을 훌쩍 넘긴 24일 오후 6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이 이처럼 오랫동안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직접 한 것은 그동안 계속돼 온 대북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먼저 도발을 하고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행태를 되풀이 해온 북한의 행동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경우에는 남북 화해를 위한 다양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당근책’도 아울러 제시했다.
협상이 사흘째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박 대통령의 이러한 ‘원칙’을 순순히 수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협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는 이유도 주목된다.
과거 북한은 협상 도중 자신들의 입맛에 맞이 않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번 접촉에서는 사흘째 마라톤 협상을 벌이면서도 ‘판’ 자체를 깨지는 않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협상에 매달리는 이유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첫 정상회담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꼽는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측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대표로 나선 이른바 ‘2+2 회담’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정은은 회담장 안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회담내용을 실시간으로 보며 협상방향을 지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이 길어지는 것도 겉으로는 남북대표들이 협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남북 정상의 지시를 직접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두 정상의 판단을 기다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남대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은 사실상의 간접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를 이끌어내 남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새로 정립해 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남북 모두 이번 협상을 통해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쉽사리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