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에게 금호산업 인수가격으로 6503억 원을 제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계기로 호남지역 정재계는 채권단이 이 가격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채권단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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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24일 금호산업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산업 매각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나머지 채권금융기관들에게 25일까지 원하는 가격을 개별적으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이들이 제출한 가격을 받은 뒤 적정가격을 다시 산정해 채권단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박 회장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희망가격을 모은 뒤 최종가격을 다시 정하기로 한 것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달 말 금호산업 매각가격으로 1조213억 원을 제시했고 박 회장이 한 달여 만에 금호산업을 6503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의견을 내놓으면서 매각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회장은 이 금액을 제시하면서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주당 3만907원보다 22% 높은 가격이고, 당시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무한 손해배상 조항, 거래종결 때까지 주가 변동액 보상 등 부대조건을 감안하면 사실상 43% 높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가격에 대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제시한 가격”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이 채권단에게 선택권을 넘긴 셈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물론이고 재계 안팎에서도 금호산업 인수가격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채권단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단은 일단 박 회장이 제시한 6503억 원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도 1조 원을 받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계속 1조 원 이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채권단 내부에서 8천억 원대가 적정하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예를 들며 채권단이 금호산업을 하루 속히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 매각을 계속 늦추면 금호산업도 대우조선해양처럼 기업가치가 급락할 수 있으니 그 전에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7년 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지분 50.4%에 대해 6조3천억 원에 이르는 몸값을 써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당시 한화그룹의 인수대금 분할납부 제안을 거절하면서 매각이 불발됐고 그 뒤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규모의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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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
호남지역에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합리적 인수가격을 제시했으니 채권단도 합리적 결정을 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24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금호산업은 광주와 특수한 관계에 있으며 지역의 대표기업이고 지역의 자존심”이라며 “채권단과 기업이 잘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리적 결정이 내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재무적투자자들은 여전히 최대한 가격을 높게 책정해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높은 데다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금호산업을 헐값에 박 회장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위기로 내몬 장본인인 만큼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데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박 회장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박 회장이 무리해서 금호산업을 되찾을 경우 다시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