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에 있다는 정부 조사단의 주장을 반박했다.

LG화학은 6일 자료를 내고 “일부 에너지저장장치의 화재원인이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해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LG화학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의 직접원인 아니라고 판단”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LG화학은 구체적 이유로 지난 4개월 동안 가혹한 환경에서 자체 실증실험을 실시한 결과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으며 조사단에서 발견한 특이현상들은 일반적 현상이거나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을 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조사단은 2019년 8월30일 충남 예산에서 발생한 사고와 2019년 9월29일 경북 군위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배터리의 용융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불이 배터리에 옮겨붙는다면 용융흔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배터리 내부발화의 근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사단은 충북 예산의 사고사업장과 같은 모델이 설치된 인접 사업장에서 비슷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되고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 석출물이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경북 군위 사고사업장에서 전소되지 않고 남은 배터리와 비슷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해체 분석한 결과 음극활물질 돌기가 형성된 점을 확인했다고도 발표했다. 음극판과 분리막 사이에 형성된 돌기가 분리막을 관통해 화재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LG화학은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된다고 해도 분리막까지 관통해 화재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으며 리튬 석출물도 배터리 가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질이라고 해명했다.

LG화학은 “표면을 세라믹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을 대폭 높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쓰고 있어 철조차도 분리막을 관통할 수 없다”며 “파편이나 생성 물질이 분리막을 뚫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군위 사업장의 사고와 관련해 ‘지락차단장치의 동작이 없었으므로 외부요인에 따른 화재로 보기 어렵다’는 조사단의 발표를 놓고 LG화학은 “해당 사업장의 지락차단장치는 기술적 한계가 있어 지락사고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락이란 에너지저장장치의 절연능력이 저하돼 기기 외부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LG화학은 군위 사업장의 지락차단장치에 대해 “지락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상단과 하단의 전압 불균형을 감지해 지락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장치”라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9번 모듈은 배터리 상단과 하단의 전압 불균형이 발생되지 않아 지락을 검출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이날 별도의 자료를 내고 에너지저장장치 종합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배터리가 화재사고의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산업의 신뢰를 확보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먼저 2017년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쓰인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장 250곳의 배터리 전량을 자발적으로 교체하고 비용을 모두 자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특수 소화시스템도 난징산 배터리가 적용되지 않은 사업장을 포함해 국내 400여곳 사업장에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올해부터 새롭게 설치되는 국내 모든 사업장에도 이 시스템을 무조건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원격으로 배터리를 진단, 분석, 예측할 수 있는 모니터링시스템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은 “이번 고강도 안전대책 시행으로 약 2천억~3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