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나 이번에 강제동원령 간다.” “거기 이제 졸업도 잘 안 시켜준대. 잘 생각해봐라.”
‘강제동원령’은 로스쿨 수험생과 재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다. 강원, 제주, 동아, 원광, 영남을 뜻하는 말이다. 규모가 작고 변시 합격률이 저조한 지방로스쿨을 통칭해서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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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변호사 시험 실시 모습 |
최근 ‘강제동원령’ 학교들이 변시 합격률을 높이려 강도 높은 자구책을 쓰고 있다. 성적이 저조한 학생을 졸업시험 통과 못하게 막는 것이다.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없다. 정원 60명인 원광대는 21명을 졸업시험에서 떨어뜨렸고, 강원대는 입학정원 40명 중 8명을 떨어뜨렸다. 영남대는 70명 중 21명 정도를 탈락하려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탈락자 규모를 조정했다. 졸업시험을 비판하는 대자보까지 붙었다.
로스쿨들은 왜 이렇게 ‘변시 합격률’에 집착하는가? 이유는 ‘변시 합격률 = 학교의 위상’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그리고 로스쿨은 5년마다 실시되는 재인가 심사를 앞에 두고 있다. 자칫하면 존폐 위협에 놓일 수 있는 이들 학교들은 더욱더 변시 합격률에 집착한다. 게다가 변호사 시험의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학교별 합격자 수는 가히 절대적이다.
법무부는 2010년 3회 변호사 시험까지 정원(2000명) 대비 75% 이상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2회 변호사 시험을 보면 사실상 75% '이하' 합격자 수를 보이고 있다. 2회는 1회 대비 총점 40점이 높아졌고, 과략률과 초시과락률 모두 높아졌다. 절대적 상대평가로 학교를 다닌 로스쿨 2기생들이 1기보다 법실력이 뛰어나다고 볼 때, 합격률이 낮아질 수 없다. 인위적으로 1500명 수치에 맞추었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정원 대비가 아니라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따지면 불합격자 수는 매년 누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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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제도 유지할 시,2017년 변시 합격률 37% |
변호사 시험 지원자 수는 1회 1698명, 2회 2095명, 3회 2432명이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하락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자료집에 따르면 지금처럼 ‘정원 대비 75%’를 유지한다면 2017년 변호사시험 합격률 37%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로스쿨들이 변시 시험을 보지 못하게 원천 봉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학교의 합격률을 높이려면 정원을 조정할 수 없으나 응시자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졸업시험에 떨어져 변시를 치르지 못하는 한 학생은 “학교가 합격률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분모를 줄이는 것인데 졸업시험을 통한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 통제인 것”이라며 “로스쿨이 본연의 역할인 교육에는 무능력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손쉬운 합격률 높이기라는 숫자놀음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로스쿨학생협의회 서지완 회장은 “시험을 못 보게 해 합격률을 높일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교육을 통해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며 공부가 덜 돼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할 수 밖에 없더라도 학생들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야하는 것”이라 말했다.
일본의 로스쿨 제도는 망했다는 평을 받는다. 로스쿨 도입한 이후 변호사 합격률이 하락해 로스쿨에 입학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메이지학원대 로스쿨은 2012년 입학생이 단 5명뿐이었다. 한국로스쿨이 현행제도를 유지한다면 일본 로스쿨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변호사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들과 학교 측의 알력다툼은 심화될 것이고, 로스쿨의 인기는 시들해질 것이고, 다시 기존의 사법고시 제도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