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자정 결의 "담합하면 CEO 옷 벗겠다"  
▲ 19일 건설회관에서 건설업체 대표들이 자정결의 선포식을 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입찰담합과 관련한 행정제재를 사면받은 뒤 담합근절을 약속했다.

하지만 담합이 만성화한 건설업계에서 이번 약속이 얼마나 진정성있게 실천될 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72곳 대표와 임원들은 19일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건설업계 자정결의와 사회공헌사업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13일 정부가 광복절 특사에서 건설기업에 대한 입찰담합 제한조치를 해제하면서 건설업계가 자성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건설업계는 결의문을 통해 연내 2천억 원 규모의 건설공익재단을 출범시켜 독거노인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또 불공정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해 ‘3진아웃제’를 강화하고 특별사면일 이후 불공정행위가 재발할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옷벗을 각오로 무한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대형 건설사 대표들은 모두 90도 각도로 허리굽혀 인사하며 반성과 자정의 의지를 적극 내비쳤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이 필요한 만큼 건전한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환골탈태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건설업계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기업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담합업체에 대한 사면을 했다면 업체로부터 부당수익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국책감시팀 부장은 “준법정신을 강조해 오던 박근혜 정부의 이번 특별사면조치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앞으로 또 담합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이 담합과 관련해 사면조치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건설사 담합에 대한 첫 사면이 이뤄졌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때도 특별사면 형식으로 건설업체의 입찰참가 제한을 풀어줬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건설업체들이 담합하고 사면받는 일이 되풀이돼 행정제재의 효과만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