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준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합성고무 NB라텍스 증설의 성과를 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업계의 불황 탓에 주력 제품인 페놀유도체 판매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데 NB라텍스가 실적 반등의 주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1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증설을 마친 NB라텍스 생산설비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상세한 수치는 밝히기 어려우나 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당초 계획을 세운 대로 완전가동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현재 NB라텍스 생산설비의 가동률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올해 2분기 안에 1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바라본다.
문 사장이 NB라텍스 생산설비의 완전가동을 앞당기려는 것은 NB라텍스가 실적 반등을 이끌 카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019년말 천연고무의 주요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 고무나무 열병이 돌아 대체재인 합성고무 특히 NB라텍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동남아시아의 천연고무 수출량이 70~90% 줄어들며 대신 합성고무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의료용 장갑의 원재료로 쓰이는 NB라텍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며 수요가 급증하는 ‘겹호재’를 맞고 있다.
실제 뉴스트레이트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톱글러브 등 말레이시아의 고무장갑 제조사들이 받은 의료용 장갑 주문은 평년의 2배 수준이라고 한다.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부문은 2018년 매출 2조154억원을 내는 등 해마다 금호석유화학 전체 매출의 35~40%가량을 담당하는 대표 사업부다. 그 가운데서도 NB라텍스는 생산량 기준으로 글로벌 1위에 올라 있는 주요 제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의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기존 40만 톤에서 55만 톤으로 늘려 수요 증가에 대응할 토대는 마련해 놓았다. 문 사장이 NB라텍스 증설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 그동안 금호석유화학의 ‘효자’였던 페놀유도체의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 수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00%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을 통해 엔지니어링 플리스틱의 원재로로 쓰이는 비스페놀A(BPA), 아세톤, 에폭시, 페놀 등 페놀유도체를 생산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제조업이 둔화한 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수요가 줄어 페놀유도체는 공급과잉이 됐다.
문 사장은 2020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비스페놀A 생산설비 3기 가운데 1기는 수익성이 나빠 돌리지 못하고 있다”며 “1기를 증설할 계획도 있었는데 아직 진행하지 않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30일 금호석유화학은 2019년 연결 영업이익 368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2018년보다 33.7% 줄어든 수치다.
증권가는 금호피앤비화학의 부진이 전체 영업이익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금호피앤비화학의 영업이익이 683억 원 수준으로 2018년보다 73.5% 급감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2018년 금호피앤비화학이 영업이익 2573억 원을 내 금호석유화학 전체 영업이익 5542억 원의 절반가량을 책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문 사장으로서는 NB라텍스에서 큰 성과를 내 페놀유도체의 부진을 극복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