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비트코인 시세 변화 그래프. <빗썸> |
비트코인이 금처럼 금융시장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자리잡게 될까?
최근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상승하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지만 안전자산으로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말도 여전히 나온다.
29일 오후 4시45분 기준으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1BTC(비트코인 단위)당 1060만5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우한시 봉쇄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페렴) 사태가 본격화한 23일 이후 960만 원대였던 시세가 10%가량 상승한 것이다.
우한 페렴 사태 이후로 비트코인 시세는 금과 비슷하지만 주식시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3일부터 28일까지 뉴욕증시, 코스피 등 글로벌 주요 증시는 대체로 3%대 급락세를 보였다.
반면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은 같은 기간 1%가량 올랐다. 27일에는 최근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온스당 1577.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은 최근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이 3일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사령관을 사살하면서 이란과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가 대표적이다.
비트코인은 3일 82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전면전 가능성이 제기되던 8일에는 950만 원대까지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할 뜻을 보인 9일에는 하루 만에 9% 넘게 하락하며 890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주요 증시는 3일에서 8일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9일 반등하면서 비트코인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2019년 8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돼 주요 증시가 급락했을 때도 비트코인은 상승하며 금과 비슷한 시세 변동을 보였다.
비트코인 시세가 금 값처럼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자 비트코인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시세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비트코인은 시간 제약없이 대부분 국가에서 법정통화로 바꿀 수 있고 보관과 이동도 간편한 만큼 금 못지 않은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상황이 불안정한 국가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았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가상화폐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홍콩 등에서는 최근 비트코인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며 “법정통화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국가에서 비트코인이 금과 비슷한 안전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AMB크립토는 28일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레바논에서 수요 증가로 비트코인이 세계 평균가격보다 30%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28일 유명 가상화폐 투자자인 알렉스 크루거는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이나 금 같은 안전자산처럼 움직인다면 상관관계를 살펴봐야 한다”며 “누군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안전자산처럼 움직이는 것을 놓고 ‘고래’라고 불리는 거대자본에 의한 시세조작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소수에 의해 시세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상품 출시를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아직 규제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각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큰 폭의 시세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