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이 쇄빙 LNG운반선 10척을 곧 발주한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 회장이 쇄빙 LNG운반선의 해외발주를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며 “노바텍은 우선 10척을 해외에 발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바텍은 시베리아 연안의 기단 반도에서 해양가스전 3개의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북극항로를 이용해 LNG를 운송하기 위해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를 통해 쇄빙 LNG운반선 47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업계에서는 노바텍이 발주할 쇄빙 LNG운반선이 조선3사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노바텍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앞당겨지며 즈베즈다조선소가 맡았던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7일 해양 전문매체 업스트림에 따르면 노바텍의 3개 프로젝트 가운데 2024년 개시가 예정됐던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의 가동시점이 2023년으로 앞당겨졌다.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쇄빙 LNG운반선은 17척이며 즈베즈다조선소가 12척을, 삼성중공업이 5척을 건조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가동시점이 앞당겨지자 미켈슨 회장은 즈베즈다조선소가 17척의 인도시기를 맞출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해 10척을 해외 조선소에 발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윈즈는 조선3사와 중국 후동중화조선을 쇄빙 LNG운반선의 수주 후보로 거명했다. 다만 후동중화조선의 수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후동중화조선의 LNG운반선 건조능력은 8만 m3급 LNG운반선의 중국 내 발주를 통해 경험을 쌓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발주처 노바텍은 17만4천 m3급의 초대형 LNG운반선을 원하고 있어 후동중화조선에 선박 건조를 맡기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노바텍이 발주할 선박은 북극항로를 활용하기 위한 아크7(Arc7)급 쇄빙선이다. 글로벌에서 아크7급 쇄빙선의 건조기술을 상선에 적용할 수 있는 조선사는 한국 조선3사가 유일하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아크7은 두께 2.1m의 얼음을 깨고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을 일컫는 말로 쇄빙 등급 가운데 가장 높다. 이 등급의 쇄빙선이 없다면 북극항로는 1년에 2~3개월밖에 열리지 않는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노바텍의 해외발주 계획을 놓고 “쇄빙 LNG운반선 47척 가운데 10척을 한국으로 발주하기 위한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확정됐다”며 조선3사만이 수주후보임을 기정사실화했다.
조선업계의 눈은 삼성중공업을 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쇄빙 LNG운반선을 건조하기 위한 즈베즈다조선소의 기술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9월 북극 LNG2프로젝트의 기술파트너로 선정된 뒤 그해 11월 러시아 국영해운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에서 쇄빙 LNG운반선 5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노바텍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함께 수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극 LNG2 프로젝트의 채굴 시작시기가 2023년이기 때문에 빠르면 2022년, 늦어도 2023년 안에 선박이 인도돼야 한다. 그런데 조선3사 가운데 2022년 인도분의 LNG운반선 건조슬롯이 비어있는 곳은 현대중공업 뿐이다.
이에 앞서 2019년 12월 미켈슨 회장은 푸틴 대통령에 선박의 해외발주를 요청하기 위해 보낸 서한에서 카타르와 모잠비크 등 2023년부터 LNG운반선이 필요한 프로젝트들이 많아 선박을 빨리 발주해야 한다고 적을 정도로 조급함을 보였다고 트레이드윈즈는 전했다.
대우조선해양도 강점은 있다. 북극 LNG2 프로젝트의 선행계획인 야말 프로젝트를 통해 입증한 기술력과 경험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노바텍으로부터 야말 프로젝트에 쓰일 아크7급 쇄빙 LNG운반선을 15척 수주했는데 이는 당시 세계 최초의 쇄빙 LNG운반선 건조 시도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15호선의 인도를 끝으로 프로젝트 선박의 건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조선3사는 각자 보유한 강점을 앞세워 쇄빙 LNG운반선의 수주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노바텍의 해외발주가 10척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즈베즈다조선소의 건조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북극 프로젝트용 쇄빙 LNG운반선의 인도기한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 수주를 따내는 조선사는 추가 수주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쇄빙 LNG운반선은 수익성도 뛰어난 일감이다. 일반적 LNG운반선의 건조가격이 1척당 1억9천만 달러 수준인 반면 쇄빙 LNG운반선은 1척당 3억 달러에 이르는 초고부가선박이다.
여러 척 수주할 수 있다면 반복 건조효과와 겹쳐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를 입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선박 44억7천만 달러치와 15억4천만 달러치를 수주하는 부진을 겪었다. 그런데도 이 시기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는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영업이익 7330억 원과 1조248억 원을 거뒀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부진에도 호실적을 거둔 것을 놓고 조선업계는 야말 프로젝트용 쇄빙 LNG운반선의 반복 건조효과가 극대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11월 쇄빙 LNG운반선 15척 가운데 첫 호선의 인도를 시작으로 2017년과 2018년에 쇄빙 LNG운반선을 집중 건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