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증권업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증권사 인수에 이어 보험사 설립에도 바짝 다가서면서 카카오의 새 성장동력으로 정한 금융사업의 뼈대 완성을 눈 앞에 두게 됐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정례회의에서 카카오 자회사인 모바일금융 플랫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승인했다.
금융위원회는 2월5일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승인을 최종 의결하는데 업계에서는 금융위 승인이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김 의장으로서는 지난해 4월부터 9개월가량 끌어온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보통신(IT)업계에서 증권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장은 바로투자증권 자체보다는 바로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업 라이선스에 큰 관심을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주식, 펀드 등 금융상품을 투자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투자증권은 펀드판매와 채권중개에 강점이 있지만 소형증권사로 분류된다. 2018년 기준으로 순이익 120억 원을 거뒀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가 증권업 라이선스를 활용한 투자상품을 내놓으면 증권업 소매(리테일) 부문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중국 간편결제 알리페이가 내놓은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와 비슷한 예탁계좌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마니마켓펀드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얻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신속히 돌려주는 초단기 펀드상품이다.
위어바오는 알리페이 고객의 충전금으로 머니마켓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한 때 7%에 이르기도 했다. 알리페이 가입자 약 8억7천만 명 가운데 5억 명 이상이 위어바오에 가입한 이유다.
초기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만 유지된다면 카카오페이가 내놓는 예탁계좌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국민메신저인 카카오톡의 플랫폼 영향력에 힘입어 누적 회원 수가 3천만 명을 넘어선 국내 최대의 핀테크서비스다.
카카오페이가 운영을 맡을 카카오 보험사도 최근 인력을 확충하는 등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지난해 10월 디지털 전문 보험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올해 1분기 안에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기존 보험사에서 팀장급 인력을 영입하며 물적, 인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험사 예비인가 신청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증권업과 보험업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카카오뱅크의 은행 라이선스를 포함해 주요 금융업 라이선스를 대부분 보유하게 된다.
금융업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수적 국내환경에서 김 의장이 카카오의 금융사업 확대를 위한 틀을 마련한 셈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카카오의 금융사업을 “8천여 명이 일하는 회사의 중대한 성장동력”이라고 말하는 등 금융사업 확대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