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의 노스필드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의 발주시점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카타르가 LNG운반선 80척의 발주를 위해 조선소들과 대면회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입찰에 참여한 조선사 대표들이 1월 말 도하에서 선박과 관련한 최종 설명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3사 모두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1년에 10척씩 선박을 인도하겠다는 내용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소가 조선3사뿐이라 카타르의 선박 발주는 곧 조선3사의 수주로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카타르는 전체 LNG운반선 수요 가운데 40척을 우선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이 발주가 다른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 발주를 앞당기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조선3사의 도크 슬롯이 ‘품귀 현상’을 보이기 전에 발주처인 글로벌 주요 에너지회사들이 조선3사의 슬롯을 선점하려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에서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은 많이 모자라지만 조선3사 모두 LNG운반선 건조능력이 1년에 20척 안팎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골든패스 프로젝트에는 LNG운반선 15척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포트아서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 12척의 발주를 예고했다.
러시아의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에 필요한 쇄빙 LNG운반선도 삼성중공업이 15척 가운데 우선 5척만을 수주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Novatek)은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의 선박 건조능력이 부족해 나머지 선박도 해외 조선소에 발주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이 가스 생산을 시작하는 시기는 카타르의 노스필드 프로젝트와 비슷한 2023~2026년 사이다.
그런데 조선3사 가운데 현대중공업만이 아직 2022년 말 인도분의 슬롯을 채워가고 있을 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이미 2023년에 인도될 건조선박으로 슬롯을 채우고 있다.
게다가 카타르의 발주가 확정되면 일단 조선3사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이 1년에 10척분씩 4년치가 사라진다. 카타르가 LNG운반선을 추가 발주할 가능성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프로젝트의 발주처들도 더 이상 시장 변화를 관망하며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조선3사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의 '값'이 오르면서 일부 에너지회사들은 슬롯 선점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에너지회사 엑슨모빌(ExxonMobil)은 삼성중공업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 14척분을 예약했다. 모잠비크 로부마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운반선을 제 때 인도받기 위해서다.
트레이드윈즈는 이를 “네덜란드 쉘(Shell)이 2019년 말 현대중공업의 슬롯 8척분을 예약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프랑스 토탈(Total)도 모잠비크 1구역(Area1)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슬롯을 8척분씩 예약해 두기도 했다.
조선3사에 선박을 발주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선주사들의 통상적 LNG운반선 수요에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 발주까지 더해져 조선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올해 LNG운반선 발주가 100척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조선3사는 LNG운반선의 대세가 된 멤브레인형(화물창이 선체와 결합된 형태) 선박의 설계와 건조 기술에서 중국이나 일본 조선사들보다 우위에 있어 발주처들이 다른 조선사를 선택할 여지도 극히 적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 단위의 LNG운반선은 한국 조선3사가 결국 대부분의 물량을 수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수주잔고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건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