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하이닉스 분기영업이익 1조 이끌어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했다. 늘어난 D램 판매가 두 분기 만에 ‘1조클럽’ 재진입을 이끌었다. 하지만 비메모리 사업 진출과 소송전이 숙제로 남아있다. 최태원 SK회장 구속으로 총수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홀로 회사를 맡게 된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 D램 호조세로 어닝서프라이즈 기록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 1조572억6600만 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4분기에 비해 34.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233.6%나 증가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1조164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두 분기 만에 다시 영업이익 1조를 넘어섰다.


1분기 매출액은 3조7426억9천만 원으로 지난 4분기보다 11.1% 늘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4.6% 증가했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348.9%나 늘어난 8022억5400만원을 기록했다. 4분기보다 1.7% 늘어난 액수다.


SK하이닉스의 이번 분기 실적은 증권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1분기 영업이익 9785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좋은 실적에 D램 판매가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 우시공장이 정상화되면서 D램 출하량이 지난 4분기보다 20% 늘었고 판매가격은 수요증가로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공장은 전 세계 D램의 15%를 공급한다. 그런데 지난해 9월 화재가 발생해 약 7천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업계는 우시공장의 복구가 예상보다 늦어져 SK하이닉스가 생산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공장 정상화를 빠르게 이뤄냈고 올 초부터 100% 공장 가동에 성공하면서 생산을 늘릴 수 있었다.


제조사들이 PC와 서버용 D램 확보에 나선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D램 가격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2월 초 2.9달러에서 지난 11일 2.09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트프가 윈도우XP 지원을 종료하면서 지난 18일 2.35달러로 올랐다. D램가격이 저렴할 때에 맞춰 오래된 컴퓨터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D램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IT업계가 비수기에 있기 때문에 시장침체가 이어졌다. 낸드플래시는 보통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주로 사용되는데 1분기에 새로운 모바일 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편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격이 14% 떨어졌고 출하량도 지난 분기보다 8%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적은 편이기 때문에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 2분기에도 좋은 실적 전망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도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1조2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24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D램수요는 회복되겠지만 공급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PC와 서버용 컴퓨터에 필요한 D램을 확보하려는 고객들이 여전히 많고 중국 모바일시장이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D램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와 애플 등 IT기업들이 2분기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보통 고객들은 시장상황이 좋을 때 분기별로 계약하고 가격이 계속 떨어질 때 월별계약을 요구하는 편”이라며 “이미 분기계약으로 2분기 물량공급을 모두 채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부진했던 낸드플래시도 2분기 모바일시장 성수기를 맞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태블릿PC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이 성장하면서 낸드플래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요 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비메모리사업 강화와 소송전이 걸림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세계 D램시장에서 26.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사가 세계 D램시장을 과점하면서 더 이상 ‘치킨게임’을 벌일 필요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D램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하이닉스 분기영업이익 1조 이끌어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백은 신규 사업 투자와 소송전 등 주요 사안에서 SK하이닉스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D램사업만으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체 반도체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메모리시장에 진출하지 않고서 진정한 종합반도체회사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후발주자다. SK하이닉스는 2004년 비메모리사업 부문을 매그나칩으로 분사했다. 당시 조건에 2007년까지 비메모리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비메모리사업에 뛰어든 것은 6~7년밖에 안됐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비메모리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하라고 알려졌다.


박성욱 사장은 지난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종합반도체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비메모리사업 역량을 점진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컨2014에서 “시스템 반도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8일 CMOS이미지센서(CIS)를 개발하는 기업 실리콘화일을 100%자회사로 인수했다. CMOS이미지센서는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품이다.


박 사장이 비메모리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실리콘화일 인수가 기존사업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사업에서 주목받으려면 비메모리 반도체의 꽃이라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AP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 사장이 주총에서 “올해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투자나 인수합병(M&A)이 여의치 않은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샌디스크와 벌이고 있는 소송도 박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일본 전자기업 도시바는 지난달 13일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무단으로 취득했다며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도시바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금액은 약 1조530억 원에 달한다.


미국 반도체 회사인 샌디스크도 지난달 15일 SK하이닉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샌디스크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연구기밀을 몰래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샌디스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문제가 된 제품의 판매를 금지시켜달라는 소송을 냈다.


전문가들은 도시바 등 일본 전자기업들이 한국기업에 대한 본격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관계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현재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STT-M램’을 공동 개발하며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달 14일부터 SK하이닉스의 단독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업계는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박 사장이 소송 등 회사경영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