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왜 갑자기 지주회사 '알파벳'을 세웠나  
▲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대대적인 조직혁신에 나선다.

페이지는 구글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을 세우기로 했다.

페이지는 알파벳 CEO를 맡고 구글은 현재 수석 부사장인 선다 피차이가 이끌게 된다.

페이지는 구글의 방대한 사업영역을 쪼개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알파벳은 구글이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신규사업을, 구글은 기존 주력사업에 집중한다.

◆ 구글 지배하는 지주회사 ‘알파벳’ 세운다

구글은 연말까지 지주회사 형태인 ‘알파벳’을 만들겠다고 11일 밝혔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벳은 구글의 주식을 모두 흡수해 기술적으로 합병작업을 거친 뒤 구글을 다시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기로 했다.

구글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알파벳 설립과 관련된 사업계획서인 K-8 문건을 제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현 구글 CEO인 래리 페이지가 알파벳 CEO로 자리를 옮긴다.

알파벳의 사장은 구글의 공동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 이사회 의장은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이 맡는다.

알파벳의 자회사로 재편되는 구글의 CEO는 현재 구글의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 선다 피차이가 맡기로 했다.

◆ 구글이 알파벳을 세우는 까닭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글로벌 IT업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인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모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를 집중분석했다.

외신은 ‘글로벌 최대 검색엔진’을 지향하며 탄생한 구글이 너무 비대해졌기 때문에 몸집을 쪼개려 한다고 해석했다.

구글은 글로벌 최강자로 떠오른 검색엔진 ‘구글’을 비롯해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과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등을 이미 시장 최강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구글은 또 2006년 인수한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비롯해 최근 스마트안경인 ‘구글글라스’, 자율주행자동차, 이동통신, 심지어 우주선사업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구글, 왜 갑자기 지주회사 '알파벳'을 세웠나  
▲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
이 때문에 구글이 의사결정과 사업진행에서 과거보다 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구글이 보여준 신규사업 부진도 비대해진 조직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글이 야심차게 내놓은 ‘구글글라스’는 혁신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자율주행차는 상용화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검색에 기반한 광고사업은 아마존을 비롯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경쟁자들이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페이지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이 알파벳 창설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페이지는 “구글이 지금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구글이 지향하는 사업을 고객에게 좀 더 명쾌하게 설명하려면 사업주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 알파벳은 ‘신규사업’, 구글은 ‘주력사업’

구글의 모회사가 될 알파벳은 8개 사업을 맡는다.

알파벳 산하로 들어가게 되는 자회사는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칼리코와 초고속 인터넷사업 부문인 피버, 벤처캐피털 사업인 구글 벤처스, 투자 펀드인 구글 캐피털 등이다.

또 자율주행차량과 구글글래스, 무선인터넷 사업 등을 총괄하는 ‘구글엑스’도 알파벳 산하 연구기업으로 들어간다.

블룸버그통신은 “알파벳이 구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규사업을 총괄해 맡게 됐다”며 “이는 알파벳을 이끌게 될 래리 페이지에게 좀 더 과중한 책임감이 부여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알파벳 자회사가 되는 구글은 검색과 광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업, 유튜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기존 주력사업을 맡는다.

이 때문에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콜린 질리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연구원은 “구글의 이번 결정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인물은 피차이”라며 “자회사 구글이 성과를 꾸준히 내야 모회사 알파벳이 추진하는 신규사업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피차이가 구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