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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훈 다음카카오 대표 내정자. |
‘그 사람의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시가총액 8조 원 규모의 국내 IT 2위 기업인 다음카카오가 35세인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에게 미래를 맡긴 것은 과거 그가 보여준 성과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임 대표 내정자는 투자업계에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그를 눈여겨 본 것도 그가 투자업계에 보여준 모습 때문이었다.
임 대표 내정자는 여러 면에서 기존 국내 CEO와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임 대표 내정자 체제의 다음카카오에 일대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을 암시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 김범수가 반한 투자 스타일
임지훈 다음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이름이 유명해진 것은 그가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심사역으로 활동할 때부터다.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은 임 대표 내정자에 대해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험이 많고 시각이 균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임 대표 내정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시장 성장성’과 ‘기업의 경쟁력, ’경영진‘(사람)이 그가 세운 원칙의 핵심이다.
임 대표 내정자는 2008년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사람)”이라며 “투자를 원하는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보면 투자가 성공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 내정자는 공격적 투자방식을 내세워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선데이토즈’와 ‘케이아이엔엑스’(KINX) 등에 투자해 성과를 냈다.
선데이토즈는 2012년 국민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소위 ‘대박’을 쳤고 KINX는 2011년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1천억 원이 넘는 투자이익을 안겨줬다.
임 대표 내정자는 이 과정에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김 의장은 임 대표 내정자가 보여준 투자 스타일에 매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하며 32살에 불과한 그를 대표 자리에 앉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임 대표 내정자는 케이큐브벤처스에서도 적극적 투자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약 3년 동안 무려 50개가 넘는 IT기업에 투자했다. 김 의장도 임 대표 내정자의 투자결정을 거의 대부분 존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임 대표 내정자는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짧고 일단 투자를 결정하면 재빨리 언론에 이를 알린다”며 “의사결정 구조가 빨라야 된다고 늘 강조한 김범수 의장과 한 마디로 코드가 맞았다”고 말했다.
임 대표 내정자가 다음카카오의 미래 사업전략의 중심을 투자위주로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임 대표 내정자를 영입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임 대표 내정자 체제의 다음카카오가 투자를 늘려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다음카카오, 세대교체 후폭풍 맞이하나
임 대표 내정자는 10일 다음카카오 단독대표로 내정된 뒤 “축하와 격려 그리고 응원을 보내준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 내정자의 소감은 페이스북으로 전달됐다. 이는 그가 이전세대 리더들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다음카카오가 35세의 젊은 새 대표에게 미래를 맡겼다는 것은 과거와 이별하겠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다음카카오에 대규모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 대표 내정자는 이석우 최세훈 공동대표보다 15세 가량 어리다”며 “다음카카오가 그의 젊은 감각을 수용할 참모진으로 물갈이 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임 대표 내정자 체제를 열기 위해 정주환 부사장 등으로 구성된 ‘뉴 리더’ 팀을 꾸리는 등 조직과 사업개편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정 부사장은 다음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최고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카카오택시’ 사업을 총괄지휘한 인물이다. 올해 나이가 37세로 임 대표 내정자와 비슷한 연배다.
다음카카오가 임 대표 내정자 체제의 ‘젊은 감각’으로 재무장하기까지 다소 홍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 대표 내정자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빠르고 저돌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라며 “이는 달리 말해 그가 다소 독선적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 내정자의 리더십은 그가 투자업계에 종사할 당시부터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표로 있던 케이큐브벤처스는 이런 리더십을 받아들이지 못한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다.
이 관계자는 “임 대표 내정자가 과거 투자업계에서 보여줬던 리더십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음카카오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다소간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