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수야권의 통합을 위해 황 대표가 당 대표직도 걸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황 대표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든 자유민주세력과 손을 잡을 것”이라며 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총선이 100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보수야권의 분열 양상이 계속되자 황 대표가 본격적으로 보수통합 논의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뿌리 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앞장서서 보수통합의 물꼬를 틀 것”이라며 보수통합 논의를 자유한국당이 주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새로운보수당도 유승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재건위원회를 꾸리며 보수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는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식적 창구를 지정해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 작업을 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세 가지 원칙을 수용하기 전에는 공식적 창구가 있을 필요가 없다”며 “올드보수의 문을 닫고 새로운 보수로 태어난다가 세 가지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황 대표가 통합을 논의해볼 다른 대상으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제기되나 안 전 공동대표는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에 거리는 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조선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보수통합을 놓고 “지금 무조건 뭉친다고 해결되는게 아닌 만큼 혁신이 우선”이라며 “진영 대결을 할수록 현집권 세력에 유리하기 때문에 야권 전반의 혁신 경쟁을 통한 새 정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놓고 “제1야당은 가치와 이미지에서 완벽하게 열세에 처해 있다”며 “여권의 거짓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도 제1야당은 수구, 기득권, 꼰대 이미지에 묶여 있다”고 바라봤다.
새로운보수당과 안 전 공동대표 등이 자유한국당과 통합 논의에 거리를 두는 주요 원인으로 황 대표의 극단적 리더십이 꼽힌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황 대표가 삭발, 단식, 국회 내 불법집회 등 극단적 방식의 대여투쟁을 밀어붙이면서 스스로 지지층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개혁보수, 합리적 보수를 주장하는 새로운보수당이나 중도, 실용을 주장하는 안 전 공동대표로서는 극단적 행보를 이어온 황 대표와 선뜻 손을 잡기 어렵다.
공천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소수 정당의 의석 확보가 유리해진 상황에서도 보수통합 논의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보수후보 사이 표 다툼으로 여권 후보에 패배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보수통합을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통합에 참가하는 정당들의 공천 배분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고려할 만한 정당들로서는 자기 당 후보의 공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통합 논의에 참가할 실익이 없다.
그러나 황 대표는 공천권을 굳게 지킬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을 놓고 “그 목사도 있고 내 친구 K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목사’는 전광훈 목사, ‘K’는 고성국 평론가를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두 황 대표와 가까운 인물들이다.
결국 보수통합 논의가 진전되려면 황 대표가 당권까지도 내려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나온다.
황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보수야권에서 인정할 만한 인물로 공천위원회를 구성해야 보수통합 논의가 진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참고할 사례로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를 맡았던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진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을 영입한 일이 거론되기도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과 분당을 겪는 악조건에서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김 이사장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기는 결단을 통해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올려놓았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도 2일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저는 당대표를 포함해 우리 자유한국당 전 의원들도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