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차산업혁명 주도권을 놓고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 나라들이 벌이게 될 경쟁이 앞으로 세계경제의 지형 변화를 주도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5일 낸 해외경제 포커스의 글로벌 이슈 진단에서 "주요국의 성장 잠재력이 정체 또는 저하되고 글로벌 분업체계가 약화하는 등 세계경제 성장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경제 향방을 좌우할 5가지 이슈를 선정해 분석했다.
5대 세계 이슈는 주요국의 4차산업 주도권 경쟁, 국제무역질서 재편, 글로벌 분업구조 안에서 아세안과 중국의 역할 변화, 중국의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 대응 노력 가속화 등이다.
한국은행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4차산업혁명 추진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각국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주도권 경쟁 과정에서 무역마찰이 유발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주독일 중국대사가 지난해 12월 독일이 5세대 이동통신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한다면 중국 정부도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한 일 등이 분석의 근거로 꼽혔다.
국제무역질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기반의 다자무역체제가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무역협정 중심으로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지역무역협정의 확장은 WTO 체제 약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힘의 우위에 기반한 무역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아세안과 중국의 역할이 글로벌 분업구조 안에서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분업구조가 약해지며 최종재의 생산거점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라며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고 제조업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관세 인상으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질적 성장전략이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으로 꼽힌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들어 단기 부양책보다는 내수 기반 확충과 레버리지 축소를 중심으로 하는 질적 성장전략을 추진해왔다.
한국은행은 경기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정부가 다시 경기부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수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한국은행은 2019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등에서 드러난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을 고려하면 중국은 지속가능하면서도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도 세계경제 흐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주요 국제기구가 기후변화 대응을 지속가능한 성장의 필수요인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최근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관련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주요 산업의 생산 및 교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