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사장은 한화시스템 기업가치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ICT(정보통신기술)사업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3일 한화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김승연 회장의 신년사에 따라 올해 디지털혁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올해가 그룹 디지털혁신의 원년이라는 각오로 각 사에 맞는 디지털 변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한화그룹의 2020년 제일과제로 꼽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기존 사업과 서비스 방식을 혁신하는 작업을 뜻한다.
김연철 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화두로 꺼낸 김 회장의 신년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 계열사의 시스템통합과 ICT서비스를 책임지는 계열사로 한화그룹 각 계열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주요 사업영역인 제조, 유화, 금융 등에서 모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요가 존재한다.
제조영역은 생산공정 최적화와 스마트제품 구현, 유화영역은 설비운전 최적화 및 예측가능한 유지 보수, 금융영역은 인공지능 솔루션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개발 등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적용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제조, 유화, 금융, 서비스 등 전 사업영역에서 2023년까지 모두 2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각 계열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화한다면 한화시스템은 이 가운데 1조 원 이상의 물량을 거뜬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철 사장은 지난해 10월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전체 투자금액의 5% 정도가 일반적으로 ICT서비스 관련 투자”라며 “지금은 예전과 달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요가 늘면서 ICT서비스 투자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화 기조에 따라 ICT서비스 투자비율이 1%만 높아져도 한화시스템은 매출 2천억 원 가량을 한화그룹에서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 ICT부문에서 매출 3810억 원을 올렸다. 한화그룹 계열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낸다면 매출 확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투자에 속도를 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 회장의 신년사는 각 계열사의 한 해 경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김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베트남을 한화그룹의 핵심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을 밝혔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테크윈, 한화에너지, 한화건설, 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들이 베트남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더군다나 김 회장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창립67주년 기념사에서도 화학계열사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노력을 예로 들며 “다른 사업장에도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화그룹 신년하례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 경영승계의 핵심 계열사인 에이치솔루션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가치 강화가 김 사장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한화시스템 대표에 오른 뒤 11월 기업공개(IPO)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는데 기업가치의 주요 잣대로 여겨지는 주가 관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시스템 주가는 3일 전날보다 1.44% 내린 1만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상장 당시 공모가였던 1만2250원과 비교하면 16.3% 낮은 수준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연말부터 방산분야에서 수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애초 방산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녔던 만큼 시장이 한화시스템의 방산분야 수주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ICT분야 사업을 확대한다면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요 증가에 지속해서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제조, 금융 등 그룹 계열사 프로젝트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핵심기술 역량을 강화해 앞으로 그룹사 이외 고객을 더욱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