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금융전업사 오너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증권이나 보험 등 본업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의 시너지가 높은 점에 주목한다.
금융위원회도 창의적 서비스 도입으로 시중은행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면에서 비은행 금융전업사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 비은행 금융전업사 오너의 관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전업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금융그룹, 교보생명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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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
한국투자금융은 다음카카오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컨소시엄에 한국투자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50%를 보유하고 다음카카오가 지분 10%로 참여한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을 이용해 인터넷전문은행과 시너지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여기에 다음카카오의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 3800만 명도 얻을 수 있게 된다.
김 부회장은 지난 2월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금융위의 제2금융권 참여 장려 등 정책환경이 변화하자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연구가 끝난 상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을 주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을 만들고 있다. 박 회장은 이 컨소시엄에 해외 금융사를 대주주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연구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의 주요 업무인 여신과 수신분야로 발을 넓히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적일 경우 교보생명도 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최근 임직원을 미국, 일본, 유럽 등에 파견해 현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이 주요 주주인 어피니티나 코세어 등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왜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 보일까
비은행 금융전업사 오너들은 증권이나 보험 등 회사의 주력사업과 은행업을 결합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주식위탁매매할 때 은행계좌와 증권계좌의 연동 때문에 은행에 지급하던 수백억 원대의 수수료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계좌 잔액이 일정 이상 쌓이면 계열 증권사 계좌로 옮겨 자산관리를 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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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보험사는 고객과 보험거래를 하면서 쌓은 빅데이터를 인터넷전문은행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보험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 영업의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비은행 금융전업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앞세워 제1금융권에 진출해 규모를 키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88조74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금융권 총자산 3765조5900억 원의 50%가 넘는 금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은행 이자이익이 줄고 있다 해도 은행업은 국내 금융권에서 여전히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은행, 증권, 보험 등을 복합적으로 취급하는 사업도 확대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비은행 금융전업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참여를 반기고 있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 서비스를 접목한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경쟁에 따라 소비자의 권익이 확충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윤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제2금융권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대주주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우길 바라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이 소비자에게 누가 더 잘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