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조선업계 대출이 부실화하면 발생한 손실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두 은행의 대규모 손실을 우려해 수천억 원대의 추가출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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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5 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예산에 수천억 원대의 추가출자를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출을 많이 내줬던 조선업체들이 장기적 침체와 구조조정의 흐름에 빠지면서 재무건전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출자 등을 통해 두 은행의 재무건전성 확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올해 2분기 3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나서면서 재무건전성이 더 나빠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31.5%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채권기관이다. 수출입은행은 12조2119억 원 규모의 신용공여를 대우조선해양에 내준 최대 채권기관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최소 1조 원 이상을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납기 안에 배를 인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사가 선주에게 선수금 환급을 보장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유상증자와 신규대출을 하면 위험자산이 늘어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것”이라며 “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도 대출채권 부실화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현행법에 따라 이익적립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을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부족한 금액을 메우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부실문제까지 겹쳐 재무구조 악화가 더욱 우려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다른 채권기관의 추가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성동조선해양에 약 1조5천억 원을 빌려준 상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39%에 불과하다. 이 비율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금융기관 권장 자기자본비율 기준 12%에 못 미친다.
수출입은행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2.04%에 이른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평균비율 1.39%보다 높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13.72%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2조 원의 현물출자를 실시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였다. 그러나 2010년 말 17.5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재무건전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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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기업부실을 국민의 혈세로 보전하는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최근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산업은행 출신에게 맡겨 왔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3천억 원을 단독으로 지원했지만 상환이 불확실하다. 수출입은행은 2011년 이후 자금을 지원한 기업 가운데 102곳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수출입은행은 이 기업들에 모두 1조3천억 원에 이르는 여신을 내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이 있는 기관인 만큼 앞으로 발생할 재정부담 방지 차원에서 자산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별도의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